배우 이영진이 MBC 수목극 '목표가 생겼다'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김유미 역으로 분해 연기 인생 처음으로 '엄마'에 도전장을 던졌다. 우리가 작품에서 흔히 봐오던 엄마의 결과 달랐다. 자녀를 향한 무한 사랑을 베푸는 정형화된 엄마라기보다는 자신의 현실을 잊기 위해 술에 의지하는 사고뭉치 엄마였다. 이 캐릭터를 보다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맡은 배역을 살려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열정이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딱'이라고 하더라. 안 어울린다는 옷이라고 얘기해줄 법한 친구들인데 재밌게 봤다고 해줘서. 대체적으로 재밌게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처음 소화했다.
"만약에 전형적인 엄마라면 도전을 못했을 것 같다. 근데 엄마라는 것보다 유미라는 사람에 맞춰 있기도 했고, 16부작이었다면 유미의 서사까지 다 설명이 되고 그래서 힘들었을 텐데 4부작이라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 드라마 내에서 점프된 부분이 많았다. 쫄보라서 엄두가 안 났을 수 있는데 4부작이라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극 중 딸 김환희 배우와의 호흡은.
"진짜 너무 좋았다. 회식도 없었고 만나서 찍는 신도 웃는 신이 없었다. 만나면 누구 하나는 오열하고 뭐 하나 깨지고 그랬다. 감정이 중요한 신이 많아서 뭔가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웠다. 마지막 촬영할 때가 인형을 건네주는 신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같이 사진 한번 안 찍었더라. 그래서 그날 사진을 찍었다. 현장에서 계속 나누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다. 딸로 나온 아역 배우 친구 둘이 더 있었는데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고 좋은 경험으로 남겨주고 싶었은데 워낙 삶에 찌든 역할을 하다 보니 말동무가 많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 부분이 아쉽다."
-남편 친구로 등장한 류수영은 어떤 배우였나.
"무슨 말을 해도 다 따뜻하게 말하더라. 사실 난 평범한 이야기를 해도 말하는 방식 때문에 상대방이 공격적으로 들을 때가 있는 것 같다. 근데 류수영 배우는 별말 아닌데도 자상하더라. 그런 점이 부러웠다. 나는 현장에서 현장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없는 것 같다. 그것보다는 실수 없이 하는 게 민폐를 줄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신들이 감정적으로 벅차서 내가 흐트러지면 나머지를 다 망칠까 봐 스태프들한테 최소한의 인사나 대화를 했는데, 류수영 배우는 그런 감정신이 많았음에도 현장을 밝게 유머러스하게 만들더라. 분위기 메이커였다. 넓은 의미로 어른다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삶에 대한 자세가 좀 달라졌다. 주고자 하는 주제 자체도 행복이지 않았나. 그리고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외에 넓은 의미의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대란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