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가 시즌 4승을 거뒀다. KT 제공 KT 선발 투수 고영표(30)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KT는 8-1로 대승을 거뒀고, 고영표는 시즌 4승(2패)을 거뒀다.
시즌 여덟 번째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올 시즌 등판한 아홉 경기 중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선발 투수에게 기대되는 임무를 수행했다. 1일 기준 팀 동료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 KIA 에이스 애런 브룩스와 함께 이 부문 리그 공동 1위에 올라섰다. 개인 최다 기록은 2017시즌 기록한 열 번(24선발). 커리어 하이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고영표는 "선발투수로 고정된 뒤 항상 QS를 목표로 삼고 등판하고 있다. 한 이닝, 한 타자 승부에 집중하고 공격적으로 승부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QS를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앞으로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라는 각오도 전했다.
첫 고비를 잘 넘겼다. 고영표는 5월 12일 수원 삼성전에서 6이닝 동안 7피안타 6실점 하며 부진했다. QS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 20일 두산전에서도 2이닝 동안 6점을 내줬다. 당시 이강철 KT 감독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잘 통하지 않았을 때, 다른 방식으로도 운영할 수 있는 투수가 돼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고영표는 "(첫 여섯 차례 등판에서) QS가 이어질 때도 모든 구종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고 생각했다. 투구할 때 힘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직구 공 끝이 좋으면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빨리 맞추기 때문에 체인지업도 효과적으로 통했던 것인데,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쉽게 공략당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 탓에 볼 배합도 단조로워졌다. 타자가 체인지업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커브를 던질 수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구위가 떨어진 상태로 구사하는 커브는 오히려 타자의 먹잇감이었다.
고영표는 20일 두산전 이후 투구 메커니즘을 재정비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만큼 좋은 공이 나오고 있지 않은 이유를 궁리했고, 전반적인 투구 딜리버리가 다소 급해졌다는 판단을 했다. 체중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을 갖고 내 폼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5월 26일) SSG전부터 나아졌고, 결과도 좋아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포심 구위가 살아나면서 공격적인 승부가 가능했다. 체인지업을 의식하느라 섣불리 배트를 내지 못하는 타자의 승부 성향을 역이용했다. 초구부터 포심을 찔러넣었다.
SSG전부터는 슬라이더도 장착했다. 구위가 저하되면 체인지업 효과까지 동반 하락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볼 배합에 다양성을 줬다. 체인지업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는 변화구로 우타자를 상대했다. 체인지업도 낮은 코스를 잘 대비하는 타자들의 노림수를 이겨내기 위해 로케이션을 이전보다 높이 두고 있다. 이강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전 경기 QS를 기록해도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좋은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선발 투수의 QS는 벤치에 사령탑이 계획을 갖고 승부를 펼쳐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QS 숫자는 안정감을 상징한다. 고영표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