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KBO리그에는 좌완 투수 유망주가 셋이나 등장했다. 그들은 류현진(34·토론토)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의 성장 과정을 배워야 한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류현진은 2006년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관왕을 차지하며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괴물 신인'으로 통한 류현진은 그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웬만한 상을 모두 싹쓸이했다. 김광현도 한국시리즈에서 SK(현 SSG)가 코너에 몰렸을 때, 두산과의 4차전 7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 입단한 KIA 이의리, 롯데 김진욱, 삼성 이승현(이상 19)을 두 선배의 입단 당시 기량과 견주기는 사실 어렵다. 냉정히 말하면, 2021년 루키들은 아직 그 정도가 아니다.
이의리와 이승현은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김진욱도 기량만 놓고 보면 1차 지명 선수로 손색없었다. 다만 아마추어 시절 전학을 한 탓에 2차 드래프트 대상자로 분류됐을 뿐이다. 기대를 받고 입단한 세 명의 왼손 투수는 대형 투수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한화 사령탑으로 직접 본 류현진은 입단 초기 좌타자와의 몸쪽 승부를 피했다. 좌타자에게는 빠른 공을 바깥쪽으로만 던졌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SK 시절 김광현도 좌타자에게는 주로 바깥쪽 직구로 승부했다. 이후 둘 다 체인지업을 배워 우타자를 상대로 요긴하게 썼다.
이후 류현진과 김광현은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좌타자 승부의 어려움을 정면돌파한 덕분이다. 이미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이라는 좋은 무기가 있었다.
우투수는 우타자의 몸쪽을 공략할 수 있어야 성장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좌투수도 좌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좌타자 몸쪽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이다. 꼭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의리·김진욱·이승현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세 투수 모두 직구 평균 스피드가 시속 145㎞ 정도 되더라. 빠른 공을 갖고 있을 때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줄 알면서 실전에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타자 몸쪽을 찌르는 승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아직 습득하지 못했다면 배워서 써먹어야 한다. 투심 패스트볼 습득은 다른 구종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다.
롯데 김진욱은 선발 등판한 5월 30일 NC전에서 3⅔이닝 3피안타 4볼넷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1회 나성범에게 2타점 결승타를 맞는 등 좌타자와 대결할 때 어려움이 엿보였다. NC 좌타자는 김진욱의 바깥쪽 직구 혹은 커브만 노렸다. 이미 김진욱의 승부를 꿰뚫고 있었다. 특히 김진욱은 올해 좌타자 피안타율(0.367)이 우타자(0.17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의리와 이승현의 좌타자·우타자의 피안타율은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좌타자·우타자의 출루율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좌투수는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해야 승부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만큼 성장도 빠르게 이뤄진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과 김광현이 이 사실을 먼저 보여줬다. 지도자들도 몸쪽 승부에 대한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배우고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세 투수뿐 아니라 한국 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