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주가 영화 '미드나이트(권오승 감독)'를 통해 스크린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른다. 그간 브라운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진기주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2018)' 이후 3년만에 새로운 영화 필모그래피를 채우게 됐다.
장르도 캐릭터도 도전적이다.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이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의 새로운 타겟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 극중 진기주는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 경미로 분해 과감한 연기적 변신을 꾀한다.보편적이지 않은 캐릭터 설정만으로 연기적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경미는 자신을 쫓는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다가도 다른 피해자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마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등 주체적인 면모를 뽐낸다. 때문에 진기주는 수어에 과격한 액션, 여기에 진폭을 넘나드는 감정까지 캐릭터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화해내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에 대한 영향력과 새로운 콘텐트를 확보하려는 OTT '티빙'의 전투적 투자 의지로 '미드나이트'는 극장 단독 개봉이 아닌 티빙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 관객수로만 따지는 흥행 부담에서는 다소 벗어났지만, 진기주로선 배우 진기주의 매력을 보여야 하는 숙제가 더 크다.
2014년 제23회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진기주는 이후 주연까지 꿰찰만큼 인지도를 높였지만 아직 진기주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대표작이 없을 뿐더러 연기력으로 놀라운 호평을 자아내지도 못했다.
사실상 진기주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데뷔 전 그녀의 스펙. 대기업 출신으로 방송기자와 모델을 거쳐 연기자로 데뷔한 과정이 독특하기에 주목받았고, 현재까지 진기주를 대표하는 울타리이기도 하다.
최근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스펙이었다. 건강한 방식으로 스스로 쌓아올린 경력인데다가 최종 꿈이었던 배우까지 진기주이기에 그 모든 과정에 대단하고 대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진기주 본체에 대한 호감도 역시 쭉쭉 높아졌다.
하지만 '배우 진기주'로서 보여준 행보들은 분명 꽤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도 외면할 수는 없다. 드라마 '미스티'는 김남주의 드라마였고,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친구로 통통 튀는 생활연기를 보여줬던 것이 현재까지 제일 잘 어울리고 잘했던 연기로 언급될만큼 진기주가 직접 주연으로 나선 작품들은 대부분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굉장한 발연기로 혹평을 받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지도 않는, 연기만 하면 무색무취를 자랑하는 결과는 진기주의 최대 단점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일찌감치 부각된 개인적 매력만큼 연기가 이어지지 못하는데 대한 안타까움도 상당하다. '이리와 안아줘' '초면에 사랑합니다' '오! 삼광빌라' 모두 역부족이었다.
이에 '미드나이트'는 한단계 더 발전하고 성장한 진기주의 모습을 만나는 기회가 될 터. 해야하는 것이 많았던 만큼 잘해냈다면 절호의 찬스, 그 반대라면 역대급 혹평도 끌어안아야 할 수 있다. '미드나이트' 측이 진기주를 주연으로 내세웠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충무로 젊은 피로 새로운 스릴러 퀸의 자격을 보여줄지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 선 진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