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맞은 구창모가 로진가루를 불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18/ 기적은 없었다. NC 토종 에이스 구창모(24)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다.
이동욱 NC 감독은 8일 구창모에 대해 "향후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의미심장한 얘기였다. 구창모는 지난 1일 2군 청백전에 등판해 투구 수 18개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41㎞에 머물 정도로 '힘 빼고' 던졌다.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구체적인 복귀 스케줄을 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물거품이 됐다. 이동욱 감독은 "미세통증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이번 달 발표 예정인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24명) 승선이 어려워졌다. 올 시즌 내 실전 등판이 전혀 없는 투수를 국제 대회에 데려가는 건 상식에서 어긋난다. 극적으로 몸을 만든다 하더라도 투구 수를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칫 무리했다가 더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구창모는 현재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재활 치료 중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중반 같은 부위가 좋지 않아 공백기를 가졌고, 시즌 막판 복귀해 한국시리즈(KS)까지 소화했다. 정규시즌 성적이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 KS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1.38로 호투했다.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하지만 아팠던 부위에 불편함이 지속해 구창모는 겨우내 재활 치료에 몰두했다. 지난 3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돼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부상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프로야구 2020 KBO한국시리즈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5차전이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구창모가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간 후 공수교대 때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23/ 지난 3월에야 20m 캐치볼에 들어갔다. 3월 말 거리를 30m로 늘렸지만, 불안감을 느껴 휴식과 재활 치료를 반복했다. 5월 중순 50~60%의 강도로 불펜 피칭(20구)을 소화해 가까스로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키우는 듯했다. 당시 이동욱 감독은 "구창모는 두 가지 트랙이 있다. 1군에서 던지면서 개수(투구 수)를 늘리는 방법과 2군에서 개수를 다 채우고 오는 방법"이라며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가겠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물론 개수를 다 채워 1군에서 (곧바로) 선발로 뛰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일 청백전 등판 결과는 그래서 중요했다. 만약 이 과정을 통과했다면 다음 등판 일정을 잡을 수 있었지만, 선수가 불편함을 느껴 '올스톱'됐다. 현재 상황이라면 전반기 내 복귀도 장담하기 어렵다.
구창모는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애제자다. 2015년 NC 입단 당시 사령탑이던 김경문 감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성장했다. 2016시즌부터 1군에서 기회를 잡아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다. 건강하다면 대표팀에서도 그는 1~2선발이 가능했다.
구창모의 부상은 대표팀에도 악재다. 최채흥(삼성)과 유희관(두산)이 부진하고, 차우찬(LG)은 이제 막 부상에서 회복돼 1군 첫 등판을 마친 상태.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 선발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동욱 감독은 앞서 "아프지 않은 게 중요하다. 아프지 않아야 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