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 제공 LG 문보경(21)은 2008 베이징 올림픽 키즈이자 '엘린이(LG 어린이팬)' 출신이다.
그는 야구를 처음 접한 곳에서, 옛 우상이 바라보는 앞에서 감격스러운 데뷔 첫 결승타를 쳤다. 문보경은 "잠실구장에서 내가 결승타를 쳐 행복하다. 아직도 꿈만 같고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문보경은 지난 8일 잠실 NC전 1-1로 맞선 8회 2사 3루 구본혁 타석 때 대타로 나와 NC 임창민으로부터 결승 적시타를 뽑았다. 그는 1루로 달려가며 오른팔을 번쩍 들어 기뻐했다.
2019년 LG 2차 3라운드 25순위로 입단한 문보경은 지난 5월, 1군에 데뷔했다. 이후 선발과 교체 출장을 번갈아 하고 있다. 9일까지 27경기에 나와 타율 0.275, 2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에서도 타율 0.318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다.
LG 문보경이 8일 잠실 NC전 8회 말 2사 3루에서 대타 결승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 손을 붙잡고 잠실구장(LG-두산전)을 처음 찾았다. 두산 팬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꼬마' 문보경은 LG를 응원했다. 문보경이 "야구장에서 '직관'한 건 LG 경기가 처음이었다. 나는 '엘린이'였다"고 했다.
문보경은 우투좌타 내야수다. LG 주장 김현수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활약한 걸 보고 나서다. 그는 "김현수 선배님 모습에 꽂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우타좌타로 시작했다"며 웃었다. 김현수는 그의 야구 인생 첫 롤모델이었다. LG 입단 후 만난 신일고 선배 김현수는 "1군이나 2군이나 다 똑같다. 똑같이 생각하고 뛰면 된다"고 격려했다. 문보경은 "실제로 (LG에서) 현수 형을 보고 진짜인지 믿기지 않았다. TV에서 봤던 사람을 만나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문보경은 미국 메이저리그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를 롤모델로 삼고, 타격폼을 따라 한 적 있다. 그 때문에 아마추어 시절 지도자에게 혼나기도 했다. 그래도 스윙을 통해 중심이동 원리를 깨달았다.
문보경은 1군 데뷔 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계속 기회를 얻고 있다. 경쟁력을 갖췄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스스로 꼽은 자신이 매력은 "타격"이다. 그는 "아직 홈런을 많이 때리지 못했지만 파워가 좋다"고 자신했다. 표본은 적지만, 1군에서 꽤 높은 장타율(0.464)을 기록 중이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선 장타율 0.643, 타율 0.464, 출루율 0.565 등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문보경은 경기 출전 여부와 관계없이 1군 생활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는 "주전이 아니어도 대타를 포함해 팀이 원하는 역 할을 잘해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마침 그에게 다시 기회가 다가왔다. 1루수를 보는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허리 부상으로 당분간 1군 엔트리를 비운다.
문보경이 9일 잠실 NC전 5회 쐐기 솔로 홈런을 친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9일 잠실 NC전에서 5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문보경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을 펼쳤다. 1회 밀어내기 볼넷, 3회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5-2로 앞선 5회에는 쐐기 솔로 홈런(시즌 2호)을 쳤다. 2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을 올렸다.
류지현 LG 감독은 8일 "유망주 문보경이 침착하고 집중력을 높여 결승타를 쳐 승리할 수 있었다. 남은 시즌도 기대하고 경기에 내보낼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9일 경기 뒤엔 "오지환의 결승타와 문보경의 홈런이 승리에 결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결승타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보경은 또 최고의 칭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