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상빈.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5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기대를 모았던 19세 신예 공격수 정상빈(수원 삼성)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대표팀 막내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은 총 27명. 이 중 23명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정상빈은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의 A매치 데뷔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움이 클 수도,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등장했는데, 자신의 '우상' 손흥민(토트넘)이었다.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캡틴 손흥민은 정상빈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라. 기회가 올 거다. 너의 미래에는 더 많은 경기를 뛰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다."
4일 뒤, 우상의 말처럼 됐다. 9일 열린 스리랑카와 H조 5차전에서 정상빈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26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5분 뒤 정상빈은 A매치 데뷔 골을 터뜨렸다. 이동경(울산 현대)이 때린 슈팅을 방향만 살짝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다섯 번째 골, 한국은 5-0 대승을 일궈냈다.
정상빈은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정상빈의 A매치 데뷔 골은 19세 75일의 나이에 나왔고, 역대 대표팀 최연소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 한국 축구 역대 34번째로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 골을 기록했다.
경기 후 정상빈은 "경기를 뛰게 해준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형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게 할 수 있었고, 데뷔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 처음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형들이 이런 부담감을 덜어줬다"고 밝혔다.
그 형들 중에 '우상'을 도움이 컸다.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대표팀 훈련과 생활에 대한 도움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손흥민이 막내를 챙기는 방법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정상빈에 대해 "아직 불편해 하는 것 같다. 말도 잘 못하고 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분위기가 싫어서 내가 다가가 이야기하려고 한다. 귀여운 것 같다"고 웃었다.
또 그는 "어린 선수들이 당돌하게 경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플레이를 하는 걸 칭찬해주고 싶다. 나는 그렇게 못했던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내가 어릴 때가 생각 나 더 잘해주려고 한다. 그 친구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다. 발전하는 게 보여서 뿌듯하다.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선배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