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10일까지 10경기 선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2회밖에 되지 않지만, 피안타율이 0.223으로 낮다. 9이닝당 삼진은 9.18개. 갓 데뷔한 고졸 신인이라는 걸 고려하면 기대 이상으로 순항하고 있다. 빈약한 득점 지원(경기당 2.3점)만 아니었다면 1~2승은 더 따낼 수 있었을 거라는 평가도 있다.
8일 대구 삼성전이 딱 그랬다. 이날 이의리는 1회 제구가 흔들려 3실점 했다. 하지만 2회부터 6회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 승계 주자가 홈을 밟아 최종 기록은 6이닝 6피안타 4실점 패전. 선발 맞대결을 펼친 백정현(5⅔이닝 4피안타 무실점)과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득점 지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KIA 타선은 단 1점도 지원하지 못하며 0-7로 무릎을 꿇었다.
눈여겨봐야 하는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이의리는 최고구속 시속 150㎞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꽂았다. 변화구로 섞은 체인지업(18개), 슬라이더(16개), 커브(7개)도 인상적이었다. 2회 말에는 4번 타자 호세 피렐라를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체인지업 3개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위닝샷으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6회 1사 1루 이원석 타석에선 슬라이더, 체인지업 조합으로 2루수 병살타를 유도했다. 직구 의존도를 낮추더라도 타자와의 승부가 가능했다.
9일 경기를 앞두고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의리에 대해 "구속이 2㎞ 정도 떨어졌다고 하는데 투수의 능력치는 구속이 아니다. 타자가 느끼는 체감이나 타자가 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왼손 타자 상대로 몸쪽, 체인지업을 잘 던지더라. 경쟁력 있는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 감독의 말대로 이의리의 시즌 왼손 타자 피안타율은 0.203(오른손 0.240)에 불과하다.
관심이 쏠리는 건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발탁 여부다. 이의리는 지난 3월에 발표된 야구대표팀 예비엔트리에 '왼손 불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정우람(한화), 임정호(NC), 함덕주(두산), 진해수(LG), 오주원(키움) 등과 함께였는데 꾸준함을 보여주면서 태극마크 가능성을 높였다. 소속팀에선 선발로 뛰지만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국제대회 불펜 소화 가능성도 충분하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이의리는 매번 등판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있다.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게 있을 거"라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