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연은 9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레드북' 첫 공연에서 완벽한 연기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주말 프리뷰를 시작으로 어제 첫 공연만으로 이미 완성된 듯한 차지연의 새로운 안나 캐릭터에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뮤지컬 '레드북'은 자신에 대한 긍지와 존엄을 찾아가는 여성의 성장 드라마로 신사의 나라 영국,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숙녀보단 그저 '나'로 살고 싶은 여자 '안나' 와 오직 '신사'로 사는 법 밖에 모르는 남자 '브라운’의 모습을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말하는 작품이다. 차지연은 세상의 비난과 편견을 무릅쓰고 작가로서 성장해가는 '안나'를 맡아 욕망하고 성취하는 여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유쾌하게 전달한다.
최근 연극 '아마데우스' '그라운디드' 등으로 더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줬던 차지연의 내공은 새로운 장르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유쾌 발랄한 모습으로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차지연은 폭 넓은 감정연기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안나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에 생명력을 더한다. '사랑은 마치'에서는 차지연만의 완벽한 가사 해석으로 안나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준데 이어 '나는 야한 여자'에서 특유의 고음으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현실의 고단함을 발칙한 상상으로 견디고 미래를 꿈꾸는 진취적인 여성 안나 그 자체였다. 순수하고 씩씩한 모습에서 '로렐라이 언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해가는 과정은 물론 마지막 엔딩신까지 움직임 하나와 표정만으로도 안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서사를 완성한다. 특히 대표넘버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에서 안나의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는 디테일한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울렸다. 차지연의 진심이 담긴 무대는 관객들의 공감과 눈물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공연이 끝난 후까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뜨거운 환호 속에 본 공연의 첫 공연을 마친 차지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매 무대에 서고 있다. 안나를 통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진심으로 반겨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관객분들과 함께해주고 있는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