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지원하는 코벡스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나눔 정신으로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탠 '헌마공신' 김만일이 있었다.
제주도 의귀리 출신인 김만일은 조선 선조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말을 소유하고 기르던 사람이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 오랜 전투로 인해 전마가 부족해진 조정은 김만일에게 말을 요청했다. 그는 500마리의 조련된 말을 기꺼이 헌납했다. 임진왜란을 비롯해 이후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 국난의 위기마다 김만일은 제주에서 기른 개인 소유의 말 1300여 두를 바쳤다.
당시 말 한필은 노비 2~3명에 버금가는 값어치였다. 위태로운 나라를 위해 정성껏 키운 말을 바친 김만일에게 조정은 ‘말을 바쳐 공이 있는 신하가 됐다’는 의미의 '헌마공신' 칭호와 함께 종1품 숭정대부의 관직을 제수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헌마공신의 칭호를 얻은 김만일은 제주 사람 중 가장 높은 벼슬을 지내게 된다.
김만일의 후손들도 240년 간 가업을 이어 말을 육성했고, 약 2만여 두에 이르는 지속적인 전마 조공으로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한민족의 역사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헌마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고향인 의귀리에서는 2016년부터 매년10월 ‘의귀리 말축제’를 개최하고 말퍼레이드, 승마체험, 마차체험 등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마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또 김만일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김만일기념사업회’는 2017년 한국마사회와 함께 ‘헌마공신 김만일상’을 제정해 말산업 발전과 마문화 창달에 기여한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는 8월에는 조선시대 숨은 영웅인 김만일을 재조명하고 제주의 마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김만일 기념관’의 개관도 앞두고 있다.
경마 경주에 출전할 목적으로 말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을 마주라고 한다. 한국의 마주들은 ‘동물명의 기부’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제1호 동물명의 기부는 반려동물이 아닌 경주마 ‘백광’이었다. 난치병을 이겨낸 불굴의 명마 ‘백광’의 고 이수홍 마주는 2009년 장애인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백광’의 이름으로 4000만원을 기부하며 국내 동물명의 기부 시작을 알렸다.
이후 동물명의 기부 제2호가 된 경주마 ‘당대불패’(정영식 마주)가 총 5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며 ‘기부왕 경주마’로 불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지금이순간’ ‘강호대세’ ‘인디밴드’ 등 명마들의 동물명의 기부가 이어져 현재까지 100여 명의 마주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마주들은 또 소외계층 어린이 학습지원,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지원, 다문화가정 아동지원‘ 등으로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