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야구의 최고 선수가 모인 메이저리그(MLB)에서 성공한 외야수 추신수(39·SSG 랜더스·사진). 올 시즌 KBO리그에 그가 오면서 야구팬 관심도 폭발했다. 클래스가 다른 그가 한국 무대를 손쉽게 장악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추신수는 14일 현재 52경기에 나와 타율 0.266, 10홈런, 31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 3대 지표 모두 톱10에 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별명인 ‘출루 머신’답게 출루율(0.424)은 6위다. 괜찮은 성적이지만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보낸 베테랑 타자에게 걸었던 기대에는 못 미친다.
추신수가 못 하는 게 절대 아니다. KBO리그에서는 KBO리그의 속도를 따라가야 했는데, 시간이 걸렸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에 건너간 그는 20년 가까이 MLB의 빠른 공에 적응했다. MLB에는 시속 150㎞ 이상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즐비하다. 지난해 MLB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9.8㎞(스탯캐스트 기준)였다.
반면 KBO리그에는 시속 150㎞ 넘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드물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2.4㎞(스포츠투아이 기준)였다. MLB에서 추신수는 빠른 볼(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싱커 등) 타율이 0.316으로 유독 높았고, KBO리그에서도 빠른 볼에는 강하다. 홈런 10개 중 7개가 직구였는데, 평균 구속이 시속 145.7㎞였다. 7호 홈런은 앤더슨 프랑코(롯데 자이언츠)의 시속 157㎞ 직구를 잡아당긴 거였다.
빠른 공을 잘 치면 느린 공도 잘 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타격 타이밍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김원형 SSG 감독은 “미국은 투수 공이 빠르고 직구 위주 승부가 많아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지만, 한국은 다르다. 이 스타일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 말처럼 추신수는 점점 KBO리그에 스며들고 있다. 이번 달 타율이 0.419다. 두 달 동안 KBO리그 투수에 맞춰 20년간 몸에 굳었던 타격 타이밍을 바꾸는 추신수. 톱클래스 선수가 뭔지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 스타일 적응에 애를 먹은 빅리거는 추신수만이 아니다. 2012년 KBO리그에 온 투수 박찬호(당시 한화 이글스)와 김병현(당시 넥센 히어로즈)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적으로 던지는 MLB에서는 결정구로 몸쪽 승부를 즐긴다. 그래서 미국에서 온 외국인 투수의 경우 몸에 맞는 공이 많다. 두 투수도 KBO리그에서는 몸에 맞는 공이 많았다. 2012시즌에 김병현은 몸에 맞는 공이 14개로 리그 1위였고, 박찬호는 11개로 3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