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이정후와 강백호 이정후(23·키움)와 강백호(22·KT)를 보면, 1990년대 후반 이승엽(전 삼성)과 김동주(전 두산)가 떠오른다.
이승엽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에 입단했다. 김동주는 고려대를 거쳐 1998년 1차 지명으로 OB(두산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김동주가 대학을 졸업하느라 프로 입단은 늦었지만, 이승엽보다 한 학년 위다.
둘은 프로에 발을 내디딘 후 200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좌타자는 이승엽, 우타자는 김동주가 최고였다. 이승엽은 각종 기록을 보유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다. 김동주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273홈런을 기록했다. 그는 여전히 잠실구장 최장거리 장외 홈런(150m) 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파워가 대단했다.
이승엽과 김동주는 한국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이기거나 대등하게 싸울 때 앞장섰다. 이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일본이 가장 상대하기 무서워한 타자가 바로 이승엽과 김동주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한국과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그랬다. 0-0으로 맞선 '약속의 8회', 3번타자 이승엽이 결승 2타점 적시타를 쳤다. 후속 4번타자 김동주가 쐐기 1타점 적시타로 대표팀의 올림픽 첫 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이승엽과 김동주는 명실상부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고, 급기야 일본 구단들이 둘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해외 진출 자격을 늦게 얻은 김동주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중 다쳐 추진 중이던 일본 진출이 무산됐다.
최근 이승엽-김동주와 견줄 선수가 나타났다. 2017년과 2018년 신인왕 출신 이정후와 강백호다. 두 선배와 마찬가지로 한 학년 차이다. 앞으로 해외 진출의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 또는 일본이든, 선수의 의지만 있다면 어느 무대든 건너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거라는 기대감도 든다.
이정후는 야구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치고 달리고, 던지는 것 까지 못하는 게 없다. 강백호는 이정후보다 주루는 떨어져도 장타력이 아주 뛰어나다. 둘 다 어깨(송구)도 좋다.
물론 이정후와 강백호는 입단 5년 차, 4년 차 신분으로 아직 해외 진출까지 시간이 다소 남아있다. 구단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한다면 더 빨리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이정후는 아시아에서 최고 선수로 꼽히는 스즈키 이치로의 플레이를 꼭 빼닮았다. 이정후도 시간이 흐를수록 파워가 향상되지 않을까 싶다. 역대 KBO리그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선수 중 성공사례가 별로 없지만, 이정후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강백호는 변화구, 특히 좌투수가 던지는 변화구에 대한 약점 보완만 이뤄지면 더 무서운 타자로 성장할 것이다.
이정후와 강백호 모두 프로 무대에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입단 초기와 달리 요즘에는 빠른 볼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대결한다. 단지 노렸던 공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1~2구에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되는 변화구에도 지체 없이 배트를 휘두를 만큼 경험이 쌓였다. 이런 모습이 무서운 타자로 발돋움하는 과정이다.
과거 일본이 이승엽과 김동주를 무서워했듯, 앞으로는 이정후와 강백호를 가장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다. 또 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예의주시하지 않을까 점친다. 도쿄올림픽에서 두 타자의 활약이 그래서 기대된다.
'한국 야구의 미래' 이정후와 강백호의 성장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해외 진출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