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해민(31)이 도루왕의 명예 회복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역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박해민의 별명은 '람보르미니'다. 슈퍼카 람보르기니처럼 빠르게 질주한다고 해서 팬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를 만큼 빠른 발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9년 24도루(7위)에 그쳐 KBO리그 최초의 5년 연속 도루왕 등극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엔 아쉽게 2위(34개)에 머물렀다. 부문 1위 KT 심우준(35개)에 1개 차 뒤져 타이틀 탈환에 실패했다.
박해민은 최근 베이스를 더 잘 훔친다. 시즌 도루 23개를 기록, 키움 김혜성(24개)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KBO리그 역대 6번째로 8시즌 연속 20도루를 달성했다.
시즌 출발만 해도 페이스가 더뎠다. 개막 한 달 동안 도루 5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실패도 3개로 많은 편이었다. 5월 이후 박해민의 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도루 12개(실패 2개), 6월 도루 6개(실패 0개)를 추가하고 있다. 특히 5월 13일 KT전을 시작으로 최근 13연속 도루에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도 82.1%까지 크게 올랐다. 주장을 맡으면서 더 열심히 뛰며, 유니폼을 흙투성이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타격도 매섭다. 시즌 타율 0.311을 기록하고 있다. 21일 기준으로 전체 13위에 올라 있다. 아직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지 않았지만, 개인 최고 타율 기대감을 높였다. 박해민의 커리어 최고 타율은 0.300(2016년)이다. 5월에 타율 0.360을 기록한 뒤 최근 10경기에서도 0.390으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루율의 향상이다. 박해민은 지난해까지 통산 출루율이 0.350이었다. 리드오프 성적표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 수치였다.
박해민의 올 시즌 출루율은 0.392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높다. 더 정교해진 타격과 함께 타석에서 더욱 침착해진 영향 때문이다. 타율 0.290, 출루율 0.345를 기록한 지난해 541타석에서 볼넷 39개를 얻었다. 올 시즌엔 벌써 볼넷 32개(260타석)를 기록 중이다. 타석은 지난해의 절반에 못 미치는데 볼넷 수는 거의 비슷하다.
박해민은 올해 타석당 투구 수 4.31개로 리그 3위를 기록 중이다. 쳐서 나가든, 볼을 골라 걸어나거든 투수를 괴롭힌다는 의미다.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지난 2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상대 투수들로부터 30개 투구를 이끌었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이후에는 커트를 통해 파울을 만들어내며 끈질기게 승부했다.
외야수 박해민은 빠른 발과 정확한 판단, 넓은 수비 범위로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리그 최고의 방패와 스피드를 지녔다. 이제는 창도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