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또 하나의 바이오 기업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상장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야심작인 SK팜테코다. 원료 의약품 위탁생산(CMO)이 주력인 SK팜테코는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며 SK그룹의 바이오 밸류체인을 완성할 전망이다.
수억원 호가 개인맞춤형 유전자 치료제 생산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27년이라는 긴 투자 끝에 SK바이오팜의 혁신 신약 2개의 허가를 얻어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 백신 생산의 현황 점검을 위한 방문 때도 직접 맞이하며 안내했다.
최 회장은 2030년 이후 바이오 사업을 SK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산업의 변화로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일찌감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MO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SK팜테코가 2023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SK팜테코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환경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하면서 적정 시기를 보고 있는데 2023년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팜테코는 SK그룹이 2019년 CMO 통합 법인으로 설립한 회사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8년 사업을 시작해 1999년 1공장에서 원료의약품 생산이 시작됐다.
2005년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당뇨치료제 첫 수주에 성공했다. 2015년 SK바이오텍이 SK바이오팜에서 분사했고, 2017년과 2018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미국, 유럽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7년 BMS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BMS 인수는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한국(SK바이오텍), 아일랜드(SK바이오텍아일랜드), 미국(앰팩)의 역량을 한 곳에 모은 SK팜테코는 올해 3월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GCT) CMO 회사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지난 14일 이포스케시 생산 공장 증설을 발표하며 유럽 최대 규모의 GCT 치료제 생산 시설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SK에 따르면 이포스케시는 5800만 유로(약 800억원)를 투자해 GCT 제1공장이 위치한 프랑스 바이오 클러스터인 제노폴에 제2공장을 건설한다. 2023년 5000㎡ 규모의 2공장이 완공되면 이포스케시는 최대 1만㎡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된다. 이포스케시는 GCT 치료제 연구 개발의 핵심인 체내로 치료 DNA를 투여하기 위한 유전자 전달체 생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3년 내 매출 1조원…상장 대박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와 셀트리온은 국내 CMO의 대표주자다. 하지만 SK팜테코의 CMO 분야는 항체 치료제가 주력인 이들과 차이가 있다. 삼바와 셀트리온이 ‘기성복형’ 대량 생산이라면, SK팜테코는 ‘맞춤 정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유전자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생산하는 것이다.
GCT 치료제는 유전 결함으로 발병하는 희소 질환을 1~2회 유전자 주입으로 완치하는 개인 맞춤형이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GCT 치료제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 의약품 중 가장 큰 시장인 항체 치료제를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SK 관계자는 “유전자 치료제는 고도의 기술과 전문 인력을 요하는 기술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또 고부가가치 바이오 CMO 사업이다. 치료제 가격이 보통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단위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팜테코는 추가적인 M&A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2017년 이후 다수의 M&A 및 통합 운영으로 글로벌 톱5 합성 CMO로 자리를 잡았다"며 "향후 추가 바이오 M&A 및 자체 증설 등으로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SK팜테코는 상장 시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보다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2017년 대비 6배 성장한 7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익률도 20%가 넘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20년 매출 2256억원, SK바이오팜의 260억원 매출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SK는 2~3년 이내 1조원 매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SK팜테코의 글로벌 R&D 연구소 4곳에 모인 160명의 연구 인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동훈 SK 바이오 투자센터장은 "2025년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거점별로 합성·바이오 의약품 CMO 사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할 것"이라며 "SK팜테코를 전 세계 제약 시장에 합성과 바이오 혁신 신약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선도 CMO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