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현재 롯데 선수 중 장타율 1위는 정훈(34)이다.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 있는 팀 내 중심타자 이대호와 전준우, 안치홍의 장타율을 능가한다. 정훈은 장타율 0.506으로 KBO리그 전체 1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장타율은 0.387였다. 지난해 장타율 0.427가 개인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정훈은 프로 데뷔 처음으로 3경기 연속 홈런의 짜릿함을 경험했다. 지난 20일 사직 삼성전을 시작으로, 22~23일 사직 NC전까지 홈런을 때려 홈팬들의 함성을 높였다.
모두 귀중한 홈런이었다. 20일 경기에선 6-1로 앞서다가 6-3으로 쫓긴 7회 솔로포를 날렸고, 롯데는 8-7로 이겼다. 22일 NC전에선 0-5로 뒤진 9회 말 추격을 알리는 투런홈런을 쳤다. 고삐를 당긴 롯데는 이후 무사 1, 2루 찬스까지 만들었다. 비록 추가점을 얻지 못해 패했지만, NC 마무리 투수를 불러낼 만큼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 기세를 23일에도 이어간 롯데는 5회까지 3-2로 앞섰고, 정훈은 6회 선두타자 홈런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롯데는 13-7로 크게 이겼다.
정훈은 어느덧 시즌 홈런 9개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작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11개) 타이기록까지 2개만 남겨놓고 있다. 아직 정규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아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정훈은 극단적인 어퍼 스윙을 한다. 가끔 몸의 중심을 잃고 자주 넘어질 만큼 독특하면서도 온 힘을 싣는다. 정훈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연구하고 노력한 끝에 현재의 타격폼에 이르렀다.
정훈은 주전 2루수로 활약한 2014~2015년 앞발을 살짝 들어 이동하는 토탭을 했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2014년 타율 0.294를, 2015년 데뷔 첫 타율 0.300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2016년 그의 타율은 0.262로 떨어졌다. 롯데는 정훈의 수비가 약한 점까지 고려해, 2루수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최근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재진입한 앤디 번즈였다. 정훈은 백업 선수로 밀려났다.
경기 출장 기회가 뜸해진 정훈은 "기회가 없었다. 한정된 기회에서 임팩트를 주려면 장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우타자 기준으로 왼발을 들어 중심을 이동하는 레그킥을 시도했다. 장타력 향상을 위한 선택이었다. 정훈은 "새 폼이 점차 내 몸에 익었다. 덕분에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도 쳐보고 타구 스피드와 비거리도 조금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4번 타자로 나서면서 장타 욕심도 생겼다. 이후 스윙이 커졌다. '어차피 홈런 20~30개 칠 것도 아니다. 1번 타자로 나가는 것처럼 해야겠다'고 다짐하니, 오히려 홈런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 통산 35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정훈의 폴로 스루가 예술적이다. 다소 거칠어 보여도 맞는 순간 자기가 가진 힘을 잘 전달하는 게 최고의 타격폼"이라고 평가했다.
정훈은 홈런과 장타율은 물론 타율(0.332), 타점(43개), 출루율(0.409)까지 커리어하이를 넘보고 있다. 또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해 뛰고 몸을 던진다. 30대 중반 늦깎이 나이에 빛을 보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정훈이 다시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해 노력한 끝에 얻은 결과여서 더 의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