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이 6-2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김태형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6.17. 두산의 현주소는 '낯섦'이다.
두산은 지난 26일 잠실 롯데전에서 3-4로 석패했다. 23일 잠실 키움전부터 4연패. 올 시즌 최다 연패다. 6월 치른 23경기에서 9승 14패에 그쳤다. 이 기간 3연전에서 우세 시리즈(2승 이상)를 기록한 건 한 번뿐이다. 시즌 전적은 27일 현재 33승 35패. 리그 3위에서 7위까지 내려갔다. 27일 롯데전은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7회 초 공격에서 3점을 내주며 2-3으로 지고 있었다.
두산이 60경기 이상 치른 시점에서 5할 승률 이하로 떨어진 건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4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지금 성적이 객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6시즌(2015~20)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두산이기에 현재 모습이 낯선 건 분명하다. 두산의 위기론이 고개 든 이유다.
주축 선수 일부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선발진은 개막 로테이션이 무너진 지 오래다. 베테랑 투수 유희관, 국내 에이스로 인정받았던 이영하가 부진하다. 6년 총액 56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한 주전 중견수 정수빈도 출전한 42경기에서 타율 0.200에 그쳤다.
부상자도 많다. 5월까지 세이브 11개를 기록했던 마무리 투수 김강률은 지난 1일 창원 NC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도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26일에는 주축 선수 3명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과 셋업맨 박치국은 팔꿈치 부상, 4번 타자 김재환은 무릎 통증이 생겼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무사 1루 조한민의 뜬공을 유격수 안재석이 달려가 어렵게 잡아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5.27/ 두산에서는 김현수(LG), 민병헌(롯데), 양의지(NC) 등 FA 자격을 얻은 주축 선수가 매년 다른 팀으로 떠났다. 그때마다 새 얼굴이 등장, 기존 주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그래도 취약한 포지션은 트레이드 등을 통해 외부에서 영입했다.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그사이 선수층은 점차 얇아졌다.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이 한꺼번에 이적한 채 맞이한 올해는 '화수분 야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에 없던 위기. 사령탑은 본격적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적생과 젊은 선수들을 자꾸 기용하면서 모두 한 팀(One team)이 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한다. 새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부상으로 이탈한 기존 (주축) 선수들이 돌아오면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양석환 등 이적생들이 적응을 마쳤고, 김인태로 대표되는 종전 백업 선수들도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신인 내야수 안재석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태형 감독 부임 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여러 포지션에서 진행 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뛸 수 있는 선수들로 최선의 전력을 만드는 게 감독의 몫"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반강제'로 리빌딩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도 필연으로 본다. 그는 "이런 상황도, 저런 상황도 있다. 특별히 안 좋은 건 아니다. 다시 한번 (강팀 전력을) 만들어 가면 된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내가 언제까지 여기(두산)에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며 현재 그 과정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