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팬 그웬 골드먼(왼쪽)이 60년만에 배트걸 꿈을 이루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배트걸을 꿈꿨던 소녀가 60년 만에 팀의 초청으로 소원을 이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의 경기에서 양키스가 초청한 특별한 손님의 사연을 소개했다. 오랜 양키스팬이었던 그웬 골드먼이 이날 양키 스타디움의 배트걸이자 주인공이었다.
골드먼의 초청은 양키스의 HOPE(Help others Persevere and Excel)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HOPE 주간 행사는 매년 지역 사회에 기여한 조직, 개인을 기념하는 양키스 구단만의 행사다.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에서 학교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골드먼이 이날 HOPE 행사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골드먼은 단순한 양키스팬이 아니었다. 골드먼은 어린 시절 양키스의 배트걸을 꿈꿨으나 이루지 못했다. 10살이던 1961년에 골드먼은 양키스에 직접 편지를 보내 배트걸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미키 맨틀과 로저 매리스가 홈런 신기록에 도전하던 시절이었다. 골드먼은 남자가 아니더라도 야구장에서 일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높았던 금녀(禁女)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당시 로이 헤이미 양키스 단장은 직접 쓴 답장을 통해 “양키스는 소녀들도 소년들만큼이나 유능하며 야구장에서 매력적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동의한다”면서도 “당신도 젊은 여성들이 더그아웃에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골드먼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헤이미의 편지는 골드먼에게 평생의 추억으로 남았다. 골드먼은 “물론 실망했다”라면서도 “양키스가 답장을 써줘서 너무 기뻤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트걸은 되지 못했지만 골드먼의 삶은 충실했다. 결혼해 부모와 조부모가 되었고, 학교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60년이 지났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골드먼은 여전히 편지를 소중히 간직했다. 가족이 그의 사연을 모를 리 없었다. 골드먼의 딸인 애비가 편지의 사본을 팀에 보내 어머니의 사연을 알렸다.
헤이미의 60년 뒤 후임 단장인 브라이언 캐시먼 역시 답장을 전했다. 그는 “골드먼 씨의 오랜 서신 왕래는 내가 태어나기 6년 전인 60년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당신이 했던 요청을 되살려 어릴 적 꿈을 실현해주고 싶다”라고 적어 골드먼을 야구장으로 초대했다. 캐시먼은 “양키스는 야구계의 유리 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라며 “더그아웃을 포함해 남성이 있는 모든 곳에 여성도 속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공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양키스 배트걸 자리를 요청한 후 60년이 흘렀지만 10살 소녀가 편지로 보여준 의지에 보답하고 인정하기에는 늦지 않은 시간이다”라고 60년 전 골드먼이 보여준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이날 골드먼은 배트걸로 가능한 경험을 모두 할 수 있었다. 라커룸에서 유니폼을 들고 견학하며 에런 분 양키스 감독에게 배트걸 업무를 교육받았고 에이스 투수 게릿 콜과 더그아웃에서 만날 수 있었다. 분 감독은 “골드먼이 몇 이닝 동안 벤치에서 함께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라며 “콜은 그녀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에게 일생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골드먼 본인도 감격의 뜻을 전했다. 그는 “초현실적이다”라며 “꿈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야구장에 걸어 들어가는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