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캐롤라인. 이처럼 멋진 시간은 처음이에요. 앞으로도 없을 것이 틀림없어요.”
지난 30일(한국시간) 잉글랜드가 독일 징크스를 깨면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8강전에 진출했다. 이날 잉글랜드는 유로 1996때 독일에 패했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보란 듯이 독일을 격파했다. 라힘 스털링과 해리 케인의 연속 골이었다.
케인은 이날 후반 41분 교체 투입된 잭 그릴리쉬의 결정적 도움으로 쐐기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유로 대회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던 ‘부진 꼬리표’를 떼었고, 오는 유로 중요 경기에서 크게 활약할 것임을 예고했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케인이었다. 이번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의 주력 선수로 종횡무진한 활약을 보이며 득점왕과 도움왕에 올랐다. 그는 이번 시즌까지 총 세 차례의 골든 부트를 모으며 개인으로선 최고의 역량을 뽐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에 토트넘과의 작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이적설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뛸 때는 토트넘 이적설과 함께 유로 대회 조별리그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매번 들어야 했다. 담담한 표정과 오는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해왔지만 쉽지 않았을 시기다.
그래서인지 16강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국 ‘데일리 메일’과 ‘스포츠 바이블’ 등 외신은 케인의 인터뷰 영상 중 잠시 말을 멈춘 장면에 주목했다.
그는 ITV 풋볼과 인터뷰를 하던 중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침묵했다.
ITV 풋볼은 “케인, 많은 멋진 순간들을 겪었겠지만, 이번 독일과의 16강전이 가장 짜릿했을 것 같다. 어떤가?”라고 물었다.
케인은 “그렇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팬들의 노랫소리 때문이었다.
팬들은 ‘스위트 캐롤라인’을 합창했고, 웸블리 스타디움은 팬들이 만들어내는 노래로 가득 찼다. 케인은 이 모든 상황에 감동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채 침묵하다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케인은 다음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힘들었다. 그래서 오늘 미소를 지어 보인다는 것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잊지 못할 날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음 경기가 있으니 흥분하지 않겠다”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위트 캐롤라인’은 닐 다이아몬드의 1969년 올드 팝으로, 사랑하는 연인 간의 대화 같지만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을 소재로 한 노래다. 밝고 힘이 되는 가사로 인해 여러 스포츠에서 응원가로 많이 쓰이며 사랑받고 있다.
서지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