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가 무리한 외형 확대로 자본잠식에 내몰린 끝에 마케팅 기업인 에코마케팅에 팔렸다. 투자업계는 마사지기 '클럭' 등을 성공시킨 수완 좋은 에코마케팅이 인수한 만큼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기대와 달리 안다르 내부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에코마케팅이 발을 들인 뒤 약 6개월 동안 80여 명의 직원이 퇴사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
연간 퇴사율 96%…안다르의 민낯
안다르는 요가 강사이자 인플루언서인 신애련 대표가 2015년 론칭한 브랜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레깅스는 '입기 민망한 옷'이란 인식이 강했다. 신 대표는 'Y존'을 커버하는 동시에 한국인 체형에 맞는 안다르만의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레깅스 돌풍을 일으켰다.
잘 나가던 안다르는 방만한 경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년 간 누적적자가 200억원을 넘어서면서 잉여금이 바닥났다. 설상가상 각종 부정이슈의 중심에 안다르가 오르내렸다. 안다르는 올해 초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몰렸다.
신 대표는 결국 안다르를 마케팅 기업인 에코마케팅에 넘겼다. 에코마케팅은 넉 달 뒤인 5월 안다르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 56.37%를 가져가면서 인수를 본격화했다.
안다르 직원들은 에코마케팅이 회사에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한 뒤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초 퇴사한 안다르 전 직원 A 씨는 "에코마케팅이 들어온 뒤 회사가 엉망이 됐다. 매일 야근을 하면서 회사에 다녔는데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는 안다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상세하게 적혀있다. 안다르의 전·현 직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투자 실패로 인한 인수합병으로 기존의 모든 직원이 나갔다고 보면 된다", "기존 임원 및 팀장급들 대거 퇴사 후 해당 포지션을 장악했다. 조직원들의 사기가 폭락했다"고 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안다르의 연간 퇴사율은 95.95%다. 안다르의 전체 직원은 170여 명인데, 그중 142명이 퇴사한 셈이다.
안다르 직원들의 퇴사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월부터다. 안다르는 이보다 한 달 앞선 1월 박효영 에코마케팅 CMO(마케팅총괄)를 공동대표로 맞았다. 직원들의 대규모 퇴사가 사실상 에코마케팅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고 보는 이유다.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가 안다르를 인수하면서 밝힌 철학과 어긋난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개인 SNS에 안다르 인수 배경과 함께 각종 재무 상황에 대해 소상하게 글을 남겼다. 안다르가 건실한 줄 알고 인수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사실상 사채 형식의 채무를 막대하게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를 목숨과 같이 지켜오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미래를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가. (중략) 회사를 평생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는 임직원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며, 그 회사를 믿고 외상거래를 해준 많은 거래 업체가 있다"고 썼다.
안다르 전 직원 B 씨는 "김 대표의 글을 보면서 솔직히 우스웠다. 임직원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는데…. 그걸 생각하는 사람이 170여명의 직원 중에서 80명을 내보내는가. 그가 밝힌 미래는 안다르 임직원이 아니라 에코마케팅 임직원만 해당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저축·대부업 마케팅→'클럭' 성공시킨 에코마케팅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직원들은 구조조정보다 안다르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에코마케팅이 레깅스와 요가복을 대중화시킨 국내 1세대 브랜드인 안다르는 물론 패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업에 대한 이해 없이 모든 걸 마케팅 관점에서 생각하는 에코마케팅,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광고만 냅다 돌려대는 무식한 마케팅, 거기에 무식과 무능의 끝을 달리는 경영진"이라고 꼬집었다.
반짝이던 디자인은 사라지고 의미 없는 세일만 반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다르는 지난달 6번째 생일을 기념한다면서 대대적인 '감사세일'을 열었다. 그러나 세일에 동원된 물건 중 상당수는 재고였고, 내용 역시 상시로 진행하는 '1+1' 행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구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겠다면서 '서스테이너블 레깅스'를 선보인 것 외에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다. 사실 친환경 콘셉트도 요즘 패션계가 다 하는 것 아닌가. 디자인 부서도 예전만큼 힘을 못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출신의 김 대표가 설립한 에코마케팅은 초창기에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의 온라인 마케팅을 하며 기반을 닦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이후 잘 알려지지 않지만 쓸만한 아이디어 제품을 발굴해 직접 디지털 마케팅을 펼쳤다. 박민영이 광고해 빅히트를 친 저주파 마사지기 '클럭', 붙이는 젤 네일 '오호라'는 에코마케팅에 막대한 부를 안겨준 동시에 상장 기틀까지 마련해 준 '효자템'으로 꼽힌다. 안다르는 김 대표가 선택한 또 다른 '될 만한' 아이템이었다.
투자업계는 올해 안다르가 과거보다 나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8일 내년부터는 안다르가 에코마케팅의 성장세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 6월부터 안다르의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손익 분기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마케팅이 들어온 뒤 마케팅 쪽은 거의 다 날아갔고 직원 대부분이 짐을 싸고 있다. 올해 안다르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들었다. 가장 큰 비결은 직원 해고에 따른 비용 절감이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13일 안다르 측에 전화와 카카오톡, 이메일로 수차례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안다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답이 준비된 뒤 연락하겠다"고 말한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