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리그 중단 사태를 야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가 밝혀졌다. 서울 강남구는 14일 “역학조사 결과 NC다이노스 선수단 4명이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한 선수의 호텔방에 모였고, 이 자리에 2명의 일반인(여성)이 합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강남구는 이들 중 동선을 숨긴 확진자 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NC의 박석민(36) 선수는 이날 사과문을 내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원정 숙소에서 후배 3명(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과 제 방에 모여 야식을 먹는 도중에 팬인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지인이 잠깐 방에 들러 인사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8일 오전 동석한 지인으로부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아 즉시 구단에 관련 내용을 알렸고, 구단도 KBO에 바로 보고했다”며 “저를 포함해 일부 선수의 잘못으로 리그가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징계가 내려진다면 겸허히 받겠다”고 밝혔다. 이 사과문으로 확진 선수는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NC는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한 호텔에서 묵었다. 8일 이 호텔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NC 선수단은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9일과 10일 이들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석한 두 여성은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자리에 동석했지만, 올림픽 야구대표팀 일원이라 백신을 접종한 박민우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NC 구단은 “박민우는 이번 상황에 대한 책임과 손가락 부상 등의 이유로 국가대표팀 자격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NC 선수들은 역학조사 때 동석한 여성들의 존재를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C 관계자는 “고참 선수가 팀 위기 상황에서 같이 힘내보자는 의미로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야구계 등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남구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단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후에도 서울시에 상세 내용을 알리지 않다가 닷새째인 이날에서야 겨우 보고했다. 그것도 “5인 이상 사적모임 위반은 확인된 바 없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강남구는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고, 반나절만에 방역수칙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앞서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는 “역학조사가 끝난다 해도 확진자 동선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했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직장명과 행적 등을 공개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랬던 강남구는 이날 추가조사 시작 후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확진자에 대한 수사의뢰와 행적 공개 방침을 정했다. 이 때문에 애당초 현장조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강남구는 ‘선수들이 동선을 숨기거나 허위진술 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 차원에서) CCTV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데다 선수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수사의뢰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