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오른쪽 눈을 잃고도 야구선수의 꿈을 이어갔던 드류 로빈슨(29)이 은퇴한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8일(한국시간) 로빈슨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우투좌타인 로빈슨은 올해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에서 두 달가량 뛰었다. 35경기서 타율 0.128(86안타 11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콜업을 받기에는 부족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로빈슨은 야구 실력과 별개로 불굴의 의지를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로빈슨은 자택에서 권총을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다행히 총알이 빗나가면서 그는 목숨을 유지했다. 로빈슨은 20시간 뒤 극심한 통증 속에서 의식을 회복해 스스로 구급차를 불러 구조를 요청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오른쪽 눈이 총탄에 심한 손상을 입는 바람에 안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0년 텍사스에 4라운드 신인 지명을 받은 후 2017년에 데뷔해 3시즌 동안 100경기 출전에 그쳤던 로빈슨은 지난해 1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스프링 캠프가 중단된 데 이어 마이너리그 시즌 전체가 취소됐다. 지나친 상실감에 우울증까지 생겨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비록 오른쪽 눈을 잃었지만, 로빈슨은 다시 야구선수로 뛰기로 결심했다. 재기를 위해 근육량을 늘리며 신체적인 준비를 마쳤고, 명상과 약물 복용으로 정신적인 후유증도 치료했다.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빈슨은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돌아와 훈련에 매진했다. 마이너리그 첫 2경기에서는 8타수 무안타 7삼진으로 부진하며 주변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2일 트리플A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후 로빈슨은 구단 직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논의 끝에 정신 건강 변호인(mental health advocate)으로 구단에 계속 몸담게 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 생명을 구해준 야구에 계속 남게 돼 더할 나위 없이 흥분된다”며 “내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을 샌프란시스코 선수들과 나누고 그들이 정신적인 건강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