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메이저리그(MLB)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예르민 메르세데스(28·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미국 ESPN의 제프 파산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는 22일(한국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동안 야구를 멀리하겠다”라며 “끝났다(It’s over)”라고 남겼다. 메르세데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이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나의 삶을 그들에게 보내준 하나님께 감사한다”라면서 “내 미성숙함으로 라디오, TV, 기자단 분들을 상처 입혔던 것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들의 결정에 따르지 못했던 소속팀들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라며 “야구를 무기한 멀리하겠다”라고 전했다.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데뷔한 선수의 갑작스러운 결말이다. 2011년 워싱턴과 국제 계약을 맺고 마이너리그에 입성했지만 좀처럼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빅리그는 물론 워싱턴과 볼티모어를 거쳐 2018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올 때까지 트리플 A조차 밟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 더블A와 트리플A에서 타율 0.317 OPS 0.968을 기록했고 드디어 지난해 한 타석이지만 빅리그 무대도 맛봤다.
이어 올 시즌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승격해 4월 타율 0.415로 화려한 데뷔전을 펼쳤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이자 그의 이름을 딴 버거 ‘예르미네이터’까지 출시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빅리그 투수들에게 공략당해 성적이 떨어지면서 1군에서 자리를 잃어갔다. 5월 타율 0.291, 6월 타율 0.221로 수직으로 하락한 끝에 지난 3일 마이너리그로 다시 강등됐다.
짧은 1군 데뷔 기간에 노감독과 갈등도 겪었다. 통산 2786승(22일 기준)을 거둔 토니 라루사 화이트삭스 감독은 지난 5월 18일 미네소타전에서 투수 대신 타자가 올라와 던진 공을 쳐 홈런을 날렸다며 “불문율을 어겼다”고 비난해 논란을 샀다. 당시 라루사 감독은 메르세데스를 향해 “경기를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스포츠맨십이고 야구인들의 철학이다”라며 다음 날 미네소타의 보복구를 보고도 “머리 쪽이 아니니 문제없다”라고 주장해 다시 한번 논란을 빚었다. 당시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SNS를 통해 감독의 불문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은 인스타그램을 확인했으나 별다른 연락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화이트삭스 측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확인했지만, 아직 공식 연락받은 일이 없으며 그는 아직 트리플A 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