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종목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꿈의 무대'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선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21일(한국시간) 여자사격 스키트 세계랭킹 1위 앰버 힐(24·영국)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날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계획이었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증상이지만 영국 정부 지침에 따라 격리돼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여자사격 스키트는 오는 26일 결선이 열린다. 졸지에 목표를 잃은 힐은 "내 기분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며 "지난 5년간 훈련하고 준비를 마쳤지만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22일엔 러시아 수영 일리야 보로딘(18)의 대회 출전이 막혔다. 7살 때 수영을 시작한 '천재' 보로딘은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수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개인 혼영에서 우승했다. 도쿄올림픽에선 200m 개인 혼영에도 출전할 예정이어서 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일본으로 떠나기 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훈련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 19일에는 미국 여자 테니스 기대주 코리 고프(17)가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고프는 지난 5월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8강에 오른 라이징 스타. 만 17세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8강에 진출한 것은 2006년 프랑스오픈 니콜 바이디소바(체코) 이후 15년 만이었다. 도쿄올림픽 출전에 관심이 쏠렸는데 코로나19 확진으로 꿈을 접었다. 고프는 "미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꿈이다. 출전이 불발돼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33)는 지난 5월 열린 도쿄올림픽 세계 쿼터대회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그레코로만형 66㎏ 금메달,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따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에 도전했지만 수포가 되었다. 이밖에 칠레 태권도 대표 페르난다 아기레(22), 호주 테니스 알렉스 드미노어(22), 영국 테니스 대니얼 에반스(31) 도코로나19 확진으로 TV로 대회를 봐야 한다.
도쿄올림픽은 현재 올림픽 선수촌에서도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23일 개막 하더라도 출전이 좌절되는 선수가 나올 여지가 충분하다. 실력보다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운'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게 올림픽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