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보는 종목들이 많다 보니 점수 보는 법을 몰라 아쉬울 때가 있다. 기계체조, 높이뛰기 등 평소에는 잘 접하지 못한 종목에서 선전했는데 이긴 줄 몰라서 한 박자 늦은 환호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도대체 그 선수는 어떻게 금메달을 땄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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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신재환, 2차 시기 최고 점수라 우승
남자 기계체조에서 귀중한 금메달이 나왔다. 신재환(23·제천시청)이 2일 도마 결선에 출전해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받았다.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과 동점을 이뤘다. 과연 신재환이 금메달인지 알 수 없어 현장에서도 긴장한 눈치였다.
일부 중계 해설진은 "신재환의 난도가 더 높기 때문에 우승"이라고 했다. 신재환은 1차 시기에서 난도 6.0점, 2차 시기에서 난도 5.6점 기술을 실시했다. 반면 아블랴진은 1, 2차 모두 5.6점 난도를 수행했다.
하지만 국제체조연맹(FIG) 동점자 규정에는 ①1, 2차 시기 최종 점수 중 더 높은 최종 점수가 있다면 우위, 그것마저 똑같다면 ②실시 점수(E점수)가 높으면 우위, 그것도 똑같다면 ③난도 점수가 높으면 우위 라고 되어 있다. 만약 이 모든 점수가 똑같다면 ④예선 최종 순위를 따져본다.
신재환은 1차 시기에 14.733점, 2차 시기에는 14.833점을 받았다. 반면 아블랴진은 1차 시기에 14.766점, 2차 시기에 14.800점을 받았다. 4개의 점수 중 신재환의 2차 시기가 가장 높은 점수였다. 그래서 1위가 됐다.
국제 심판 자격이 있는 이주형 공주대 교수는 "해설진의 경우 최종 점수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제출하는 난도 점수를 보고 신재환이 우위에 섰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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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선전한 높이뛰기 우승자는 왜 2명?
우상혁(25·국군체부대)이 지난 1일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으며 전체 13명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 신기록(2m34)을 경신하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 경기에선 금메달리스트가 2명이나 나왔다.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2m37의 기록으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육상에서 공동 금메달이 나온 것은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육상 5종·10종 경기 이후 109년 만이다.
두 선수는 2m37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은 뒤 2m39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성공 시기를 참고해 후반 기록이 더 좋은 선수가 이기는 데, 역시 동률이었다.
두 선수는 주최 측이 제안한 '점프 오프'를 통해 끝까지 단독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직전 기록으로 높이를 낮춘 뒤 두 선수가 모두 성공하면 높이를 높이고, 둘 다 실패하면 높이를 낮추는 식으로 둘 중 한 명이 실패할 때까지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끝까지 우승을 다투지 않고 같이 금메달을 받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 높이뛰기 은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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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슛오프 똑같은 10점인데 누가 이긴 거지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이 함께 출전한 지난달 26일 양궁 남자 단체전 일본과 준결승에서 4세트까지 4-4로 승부를 내지 못해 슛오프로 갔다. 슛오프에선 팀원 한 명당 한발씩 총 3발을 쏜 후 합계 점수가 높으면 이긴다.
슛오프에서도 양팀은 28-28로 팽팽했다. 슛오프에서도 동점이 나오면 정중앙에 가장 가깝게 쏜 화살을 기준으로 승리팀을 정한다. 그중 김제덕의 화살이 가장 가까웠다. 김제덕의 화살이 중앙에서 3.3㎝ 위치에, 일본의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화살은 5.77㎝에 자리했다. 약 2.4㎝ 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