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400m 허들 결선에서 카르스텐 바르홀름(25·노르웨이)이 45초94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신기록이었다. 자신이 한 달 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록했던 47초70을 0.76초 앞당겼다. 400m 허들 종목에서 46초의 벽이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위를 차지한 라이 벤저민(25·미국)도 46초17의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바르홀름의 레이스가 더 빨랐다. 두 선수는 결승선 앞 직선구간부터 간발의 차이를 유지했다. 3위는 46초72를 기록한 앨리송 두스 산투스(브라질)가 차지했다.
바르홀름과 벤저민은 육상에서 최고의 라이벌로 평가받았다. 벤저민은 지난 6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미국 육상대표 선발전 남자 400m 허들 결선에서 46초8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케빈 영이 세운 종전 세계 기록에 불과 0.05초 뒤진 기록이었다. 그런데 7월에 바르홀름이 오슬로에서 46초7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벤저민을 역전했다.
이날 결선 레이스는 바르홀름과 벤저민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세기의 라이벌답게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6번 레인의 바르홀름과 5번 레인의 벤저민은 마지막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바르홀름은 직선 구간에서 벤저민과 격차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신기록을 확인한 바르홀름은 유니폼 상의를 찢으며 기쁨을 표했다. 두 선수는 도쿄올림픽에서 동시에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대결을 펼쳤지만, 마지막에는 바르홀름이 웃었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바르홀름은 인터뷰를 통해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세계 기록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해낼 것이다”라며 “나는 내 일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자신의 기록뿐만 아니라 세계 기록까지 갈아치우면서 자기 일을 충실해 해냈다.
한편, 바르홀름은 노르웨이 스포츠 역사상 첫 올림픽 육상 400m 허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원래 바르홀름은 육상 10종경기 선수로 활약했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2015년 뒤늦게 400m 허들로 전향했고 6년 만에 올림픽에서 우승을 하는 감격을 누렸다.
바르홀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준결선 4위에 그쳤고,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