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의 비대면화가 활발하다. 모든 상품의 신청부터 실행까지 100% 모바일 앱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도 올 상반기 67.3%로 2019년 28.8%, 2020년 55.9%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하나은행 역시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은 지난 2분기 88.3%로 2019년 82%, 2020년 86%에서 꾸준히 올랐다.
시중은행의 비대면화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작부터 '비대면'이던 인터넷전문은행은 한발 앞서가는 분위기다. 3분 안에 받는 신용대출부터, 30분 만에 받는 아파트담보대출까지 신속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은행 먹거리 싸움의 중심축인 '대출'에서 아직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목소리다. 또 비대면 대출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금융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도 잠재워야 할 숙제다.
하반기 인터넷은행 '대출' 상품 봇물
하반기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확대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물론이고 오는 9월 토스뱅크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은행 3사의 대출 상품 선택지가 많아진다.
당장 2일 케이뱅크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케이뱅크 앱에서 100% 비대면으로 신청 가능한 모바일 전용 사잇돌대출을 출시했다.
3개월 이상 재직하고 연 소득 1500만원 이상인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6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소득금액증명원 기준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도 신청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대출 한도는 2000만원이며, 최저 금리는 연 4.63%(8월 2일 기준)인 중금리대출 상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100% 비대면 모바일로 신청 가능한 사잇돌대출"이라고 설명했다.
또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인기상품인 '신용대출플러스'의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높였다. 신용대출플러스는 직장인을 비롯해 자영업자 등 비급여 고객도 대출이 가능해 중저신용자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출 상품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3분기 내 전세대출과 청년 전세대출도 출시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대출로 신청자는 임대차 계약서와 계약금 영수증을 사진으로 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지난해 2월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운용 중이다. 100% 비대면으로 대출 조회부터 실행까지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이달 중 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소액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모바일로 신청, 실행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내놓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앱으로 신청한 후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전 과정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연내 출시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표는 "비대면 주담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여전히 있는데, 카카오뱅크는 개인 신용대출,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을 모바일에서 100% 구현한 바 있다"며 "주담대도 다른 대출과 마찬가지로 100% 비대면으로 신청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1·2호를 따라잡기 위해 연달아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은 물론 고신용·고소득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도 만든다.
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대출 등도 출범 이후 이른 시일 내로 도입한다는 목표다.
불안한 비대면 대출…안정성 확보해야
전세집 만기를 앞둔 3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집값이 많이 올라 자금이 부족한 유 씨는 2억원의 대출을 알아보던 중 한 부동산 중개 모바일 앱에 저렴한 금리의 은행 대출을 알려주는 것을 발견했다.
부동산 중개 앱에서는 카카오뱅크가 2.18%의 금리로 2.3%대의 다른 은행에 비해 낮았다.
카카오뱅크 대출로 마음을 굳혀가던 중 유 씨는 지인으로부터 카카오뱅크 대출에 피해가 있다니 잘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 씨는 "찜찜한 얘기를 들어서 그냥 문제가 안 생기게 부동산에서 연계해주는 대출로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뱅크에 '전세자금 대출 심사 지연'이 발생하며 일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전세대금을 치러야 하는 시점까지 대출이 나오지 않아 위약금을 무는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는 카카오뱅크 전·월세 대출 건수가 늘어나면서 심사가 몰린 탓이다. 카카오뱅크의 전·월세 대출은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임대차 계약서와 함께 신분증이나 인감 등 모든 서류를 사진을 찍어 제출해 심사받게 된다. 사진은 서류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출해야 하며, 초점이 안 맞거나 해상도가 떨어져 확인이 어려우면 재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카카오뱅크는 3일 이내에 심사가 된다고 광고하고 있다. 또 금리도 낮아 많은 금융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심사가 몰리면서 '3일'이라는 기간 내에 받지 못해 피해를 본 소비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카카오뱅크가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채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 판매에만 급급해 고객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나서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심사는 절차나 서류가 신용대출보다 복잡하고 인력이 필요한 업무"라며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하기가 쉽고 빠른 만큼 많은 요청이 들어올 텐데, 그에 맞는 인력을 확충하든지 아니면 하루 한정된 인원만 신청을 받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면으로 부동산 대출이 이뤄지면 직원이 소비자와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서류를 보완하고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비대면은 이런 과정 역시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피해가 발생한 듯하다"고 했다.
최근 금감원에 따르면 '비대면 대출'이 늘면서 사기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은 물론 대출까지 가능해져 개인정보만 있으면 이를 활용해 대출을 실행하고 대출금을 편취한 후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경우 담보나 이용조건 등 변수가 적지 않아 100% 비대면 절차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며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