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매클로플린(왼쪽)과 달릴라 무함마드(오른쪽)이 4일 일본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400m 허들에 미국 대표로 참가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정상 대결’로 주목받았던 육상 여자 400m 허들에서 시드니 매클로플린(22·미국)이 웃었다.
매클로플린은 4일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1초 46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경기는 매클로플린과 지난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달릴라 무함마드(31·미국)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둘은 이미 올림픽 전부터 세기의 라이벌로 화제를 모았다.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결선에서는 무함마드가 52초 16의 세계 기록으로 우승했고 매클로플린은 52초 23으로 2위에 머물렀다. 이어 같은 해 6월 열린 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는 매클로플린이 51초 90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우승해 52초 42를 기록한 무함마드를 제쳤다. 세계 기록을 서로 경신하는 둘을 두고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충분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세계기록 1, 2위를 세우면서 최정상 선수다운 기량을 선보였다. 우승한 매클로플린이 세계기록을 남겼고 2위인 무함마드도 51초 58로 종전 세계기록을 경신했지만 0.12초 먼저 도착한 매클로플린에 밀려 세계 2위 기록에 머무르게 됐다. 경기 아홉 번째 허들까지는 무함마드가 빨랐지만 막판 스퍼트에서 메달 색깔이 갈렸다. 매클로플린은 열 번째 허들에서 무함마드를 따라잡은 후 막판 스퍼트로 역전해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나날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 끝에 밟은 세계 정상의 자리다. 매클로플린은 만 17세였던 2016년 54초 16으로 세계주니어 기록을 세우고 리우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팀 최연소 선수가 됐다. 첫 시작부터 무함마드의 라이벌은 아니었다. 당시 53초 13으로 우승했던 무함마드와 달리 매클로플린은 16위에 그쳐 결선조차 진출하지 못했지만 2019년 세계선수권을 시작으로 무함마드의 라이벌로 올라선 끝에 도쿄에서 정상의 자리를 밟았다.
승패는 갈렸지만 매클로플린과 무함마드는 서로에 대한 축하와 인정을 나눴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이어 결선까지 패배했지만 선배 무함마드는 포옹으로 매클로플린의 신기록을 축하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매클로플린과 같은 선수와 함께 뛰면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는 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드는 자극제다"라며 "많은 팬들이 세계신기록을 기대했는데 매클로플린과 내가 좋은 기록을 냈다. 그의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전했다.
매클로플린 역시 "무함마드와 나는 경쟁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두 명이 서로 최선을 다하면 이런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철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은 철이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무함마드와 내가 그런 관계다"라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