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복싱 대표선수 벤저민 휘터커(24)가 결승전에서 패배 후 받은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휘터커는 4일 일본 도쿄 국기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라이트 헤비급(75~81㎏) 결승전에서 아를렌 로페즈(쿠바)에게 판정패했다.
휘터커는 메달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쉬움을 더 크게 느꼈다. 결승전 이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받았지만 메달을 목에 거는 대신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휘터커는 기념 촬영 때에야 마지 못해 메달을 꺼내 들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코치가 “즐겨 벤저민!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소리쳤지만 휘터커는 속상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휘터커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쳤다”라며 “정말 실망스럽다. 실패자가 된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메달을 따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했다. 오늘 같은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며 “이 일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믿어달라”고 각오를 전했다.
시상식 후 마음을 가라앉힌 휘터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휘터커는 인터뷰를 통해 “무례하게 굴려고 한 의도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그랬다”며 “친구들과 축구 게임을 하다 져도 몇 시간 동안 얘기를 안 하는 성격이다. 아를렌의 수상을 뺏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속상하고 당황스러워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름다운 은메달을 목에 걸고 웃어야 했다.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며 “몇 년 뒤 이날을 돌아보면 훌륭한 성과로 여겨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 속상해 즐길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