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메달 시상식에서 엉뚱한 국가명을 호명하는 실수를 저지른 후 즉각 사과했다.
미국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4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자유종목(프리 루틴) 메달 시상식에서 일어났다. 당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스베틀라나 콜레스니첸코-스베틀라나 로마시나 조가 금메달을 받았고, 중국의 황쉐천-쑨원옌 조가 은메달, 이어 우크라이나의 아나스타샤 사부크-마르타 페딘 조가 동메달을 땄다.
문제는 메달 수여 과정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동메달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잘못 호명했다. 올림픽 시상자 발표는 개최지 언어인 일본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이뤄지는데 프랑스어 발표에서 우크라이나 차례에 ROC로 잘못 발표된 것이다.
조직위원회 측은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사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다카야 마사노리 대회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명이 잘못 호명되는 일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순전히 운영상 실수”라며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해 공식 사과 발표로 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도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묘사했다가 우크라이나 측 항의를 받고 수정한 바 있다. 분쟁지역인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7년째 점령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법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IOC는 “서비스 제공자의 실수였다”라고 해명했다.
스포츠 무대에서 양국의 갈등은 올림픽뿐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 러시아 TV 방송국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자국 국기 뒤에서 입장하기 직전에 방송을 중단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지나간 후에 복구됐다”며 “올해 유로 2020에서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유니폼에 크림반도를 포함한 국경 윤곽을 새겨 러시아 대표팀 관계자의 항의를 받았다”고 양국의 신경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