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는 1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의 주중 3연전에 1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2타점으로 활약하며 키움의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키움은 이날(12일) LG전이 우천으로 순연돼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SSG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키움이 0-3으로 지고 있던 1회 말 공격에서 KT 선발 투수 엄상백으로루터 중전 안타를 치며 추격 득점을 해낸 그는, 8회 말 4-4 동점이었던 2사 2·3루에서는 KT 셋업맨 박시영으로부터 중전안타를 치며 2타점을 올렸다. 슬라이더 구사 일변도로 나선 상대 투수가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을 때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경기 뒤 그는 "연승을 이어갈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키움은 3연승을 만끽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달에는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원정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었고, 후반기 개막과 동시에 야수 송우현이 음주 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구단은 방역수칙을 위반 선수들은 자체 징계, 송우현은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이 조처를 향한 야구팬의 시선도 곱지 않다.
팀 베테랑인 이용규는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남은 시즌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용규는 "아무래도 관중도 없기 때문에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다. 더 파이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병호 선수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고, 어린 선수들도 잘 따라주고 있다"라고 했다.
애써 나서지 않아도 한 달 동안 일어난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을 통해 선수단 내 경각심이 생겼다고 본다.
이용규는 "현재 상황을 선수들도 잘 인지하고 있다. 나도 프로야구 선수로서 야구팬과모든 분께 죄송하다. 아직 (안 좋은 소식이 드러난 지) 한 달도 안 지났지만, 다들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을 느꼈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겠다.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열심히 야구하고, 그라운드 밖에서도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국민적 질타를 받은 야구 대표팀을 향한 시선에 대해서도 속내를 전했다. 이용규는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 주역 중 한 명이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라는 별칭이 있는 선수. 대표팀 생활, 대회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팀 후배 김혜성이 대표팀에 합류하자, 영상 통화로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고.
이용규는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을 꺼냈다. 정신력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본다. 그는 "현장에서 뛴 선수들이 누구보다 더 잘 느꼈을 것이다. 개인 기량을 향상시키고,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멤버는 선발진이 좋았고, 타선의 짜임새도 이번 대표팀보다 좋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표팀이 전력은 더 떨어지는 게 맞지만, 정신력까지 부족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경험을 통해 가늠한 도쿄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의 중압감도 대신 전했다. 이용규는 "미국 등 다른 나라 투수들의 기량이 좋았지만, 초구나 2구에 치기 좋은 공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배트가 나가지 않더라. 기량이 좋은 투수들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에 몰리면 타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항상 쫓아가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서다 보니 출루만 생각하는 경향도 있었다. 부담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라고 돌아봤다.
덮어두고 도쿄 대회 대표팀을 옹호한 게 아니다. 경험이 많은 야구 선수로서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진 기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용규는 프로 야구 구성원으로서 작금의 실태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처를 통해 야구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조금이라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