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에게 직구는 자존심이다. 지난해 평균 시속 146.7㎞, 최고 150㎞에 육박하는 직구를 앞세워 타자와 싸웠다. 그는 “마무리 투수에겐 직구가 1번이다. 타자의 집중력이 가장 높은 9회에는 나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팀 사기도 생각해 강한 공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싶어한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김원중은 파워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4차례 등판해 세이브 4개를 올렸다. 4이닝을 던지는 동안 4사구 없이 피안타 2개, 탈삼진 4개를 기록했다. 1점 차 상황에서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끝까지 지켰고, 13~14일 LG 트윈스전에선 김현수-서건창-저스틴 보어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꽁꽁 막았다. 김원중은 “일주일에 4세이브를 올린 건 처음이다. 하늘이 주신 기회인 것 같다”며 웃었다.
김원중은 전반기 3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64에 그쳤다. 블론세이브를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5차례나 기록했다. 시즌 초 잘 나가다가 5월 중순부터 흔들렸다. 그는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서 맞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변화구 구사율이 높아졌다. 결국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라고 돌아봤다.
도쿄올림픽 휴식기는 그에게 반전을 만들었다. 머릿속을 재정비하고 체력을 보강했다. 전반기 시속 146.5㎞(스포츠투아이 제공)였던 직구 평균 구속이 후반기에는 148.1㎞로 상승했다. 덩달아 자신감도 올랐다. 직구 구사율은 전반기 44.4%에서 후반기 64.4%가 됐다. 김원중은 “휴식 덕분에 후반기 시작과 함께 직구에 힘이 생겼다. 그래서 과감하게 직구로 승부했다. 덕분에 상대 타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그의 직구 피안타율은 여전히 3할 이상이다. 그래도 자신감 있게 직구를 뿌린다. 전체 구종의 절반을 차지하는 직구 위력이 있어야 포크볼·커브·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는 “직구를 던져 성적이 안 좋다고 말하는 건 결과론”이라며 “마무리 투수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독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풀타임 마무리 2년차다. 지난해 5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를, 올해 3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4.14(16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그는 “‘점수를 주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컸다. 2~3점 차 상황에서 한 점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리드를 끝까지 지키는 임무에 충실하겠다.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하고, 확실하게 경기를 매조지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이대호(39)는 “김원중과 구승민은 맞아도 고개를 들었으면 한다. 우리 팀에서 가장 열심히 던지는 선수”라고 격려한 바 있다. 김원중은 “우리 팀 최고의 선수가 인정해줘 영광이다. 책임감도 더 생긴다”라고 말했다.
김원중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 가운데 롯데는 지난주 4승 2패로 후반기를 산뜻하게 출발했다. 6월 말 탈꼴찌에 성공한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품고 있다. 김원중은 “늘 1위를 목표로 한다. 가장 늦게(한국시리즈)까지 야구를 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어 좋아질 것 같다.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