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재진입을 노리는 왼손 투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텍사스 구단에선 더는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고 현실적으로 이적도 어렵다는 평가다.
양현종은 벌써 두 달 가까이 마이너리그 생활 중이다. 지난 6월 20일(한국시간) 텍사스 산하 트리플A 구단 라운드락으로 강등된 뒤 신분에 변화가 없다. 처음엔 잠시 조정기를 거치는 것으로 보였다. 이젠 경쟁에서 밀려 잊힌 존재가 됐다.
결정적 이유는 부진이다. 양현종은 트리플A 9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48을 기록했다. MLB 성적(3패 평균자책점 5.59)과 큰 차이가 없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의 부름을 받으려면 상대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야 하는데, 42와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10개를 허용했다. 라운드락 투수 중 브룩 버크(64와 3분의 2이닝·1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9이닝 환산 홈런 수로는 버크를 앞선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양현종은 어렵게 만든 시즌 초반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규시즌이 이제 50경기도 남지 않아 텍사스도 아마 내년 시즌을 위해 젊은 선수를 주로 기용할 수밖에 없을 거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면 ‘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양현종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선수의 의욕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밀렸다. 18일까지 42승 76패(승률 0.356)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5개 팀 중 최하위다. AL 15개 팀 중 승률이 3할대까지 처진 팀은 텍사스와 볼티모어(승률 0.325)뿐이다. 가을야구 희망이 사라진 뒤 즉시 전력감을 주고 유망주를 받는 여러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지난달 말에는 에이스 카일 깁슨까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보냈다. 우드워드 감독은 로스터에 빈자리가 생겨도 양현종이 아닌 또 다른 왼손 투수 웨스 벤자민을 중용했다. 한때 경쟁자였던 콜비 알라드는 어느새 선발 한 자리를 굳혔다.
리그 하위 팀 내 경쟁에서도 밀린다는 건 부정적인 신호다. MLB에서 뛰고 있다면 이적을 물색하는 게 수월했겠지만, 지금은 모든 경로가 막혔다. 송재우 위원은 “다른 팀의 관심을 받을 방법이 없다. 그만큼 기회의 문이 좁아졌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괜찮다면 초청 선수로라도 데려가서 테스트할 수 있겠지만, 상황이 선수에게 유리하지 않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1988년 3월생인 양현종은 현재 라운드락 투수 중 최고령이다.
양현종은 지난 2월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MLB와 마이너리그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이었다. 4월 27일 꿈에 그리던 MLB 무대에 데뷔했지만, 불안전한 계약 조건에 발목을 잡혔다. 신분을 보장하는 조건이 아니었던 만큼 ‘갑’은 구단이었다. 텍사스는 양현종이 부진하자 6월 중순 마이너리그 강등과 40인 로스터 제외를 결정했다. 양현종에게는 엔트리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는 다음달이 마지막 희망이다.
송재우 위원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느낌이다. (텍사스와 계약에 앞서) ‘어떤 조건도 받아들이겠다’며 사실상 백기 투항을 했다. 조건이 좋지 않으니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강했을 거다. 기회는 누구나 놓칠 수 있지만, 이후 ‘이 선수를 다시 써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기 전 ‘빅리그에서 통하기 쉽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게 치명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