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은 19일 충남 공주시립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유신고와의 8강전에서 3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1-1 박빙 승부가 이어지던 7회부터는 마운드에 올랐고, 깔끔하게 3이닝을 막아내며 서울고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승리 투수도 그의 몫이었다.
이재현은 1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친 뒤 상대 선발 투수 최혜준의 폭투를 틈타 2루에 안착, 후속 타자 문정빈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이끌었다. 3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좌전 2루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열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실패했지만, 유신고 배터리와 야수진을 거듭 흔들었다.
승부는 6회까지 1-1 박빙으로 흘렀다. 서울고는 3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2학년 강속구 투수 김서현이 무실점 호투하며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유격수에 나섰던 이재현이 7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재현은 7회와 8회 모두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서울고가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이끌었다. 특히 8회는 앞선 타석에서 안타가 있는 유신고 테이블세터 이한과 조장현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행운의 주인공도 이재현이었다.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이재현은 내야에 빗맞은 타구가 나왔지만, 유신고 유격수가 이 공을 잡지 못하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문정빈과 김동빈의 연속 안타로 3루를 밟은 이재현은 김무성의 우익 선상 2타점 2루타가 나왔을 때 홈을 밟았다. 8회 공격에서 몰아붙인 서울고는 이승한의 희생플라이도 추가 득점했다.
4-1로 앞선 9회도 마운드에 오른 이재현은 다시 한번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서울고의 승리를 지켜냈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김)재현이의 투수 투입은 계획대로 이뤄진 것"이라며 "좋은 투구를 해줬다"라고 칭찬했다.
이재현은 경기 뒤 "타이트한 경기를 예상했다. 동료들과 '집중하고, 긴장하자'고 외치며 경기에 임했다. 마운드 위에서는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타자에 집중했다. 승리에 기여해 기쁘다"라고 전했다.
이재현은 지난 7월 발표된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됐다. 하지만 이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탓에 세계 강호들과 경쟁할 기회를 잃었다.
이재현은 "고교 시절을 마무리하면서 꼭 좋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 대표팀에 선발돼 영광이었는데 대회가 취소돼 아쉬웠다. 아쉽지만 눈앞 대회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4강전은 20일 오후 2시부터 펼쳐진다. 디펜딩 챔피언 강릉고를 제압한 라온고를 상대한다. 김재현은 "공격이 좋은 팀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서울고)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