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날을 세웠다. 공정위가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33억원의 과징금을 때리자 행정소송으로 예고했다. 쿠팡은 신생 기업에 불과한데, 업계 1위 제조기업보다 우월하다고 본 공정위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반면 공정위 측은 "업계 1위 제조기업에 그런 행위를 한 것 자체가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정위는 19일 쿠팡이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2억9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등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관여했다. 또 자신의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하고, 판촉행사를 하면서 판촉비 전액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쿠팡이 연간거래 기본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을 수취하는 등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쿠팡은 곧바로 강한 유감의 뜻과 함께 법적 다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과거 신생 유통업체에 불과한 쿠팡이 업계 1위 대기업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반발했다.
이 사건은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2019년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의 제품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LG생건 측은 온라인 쇼핑몰 1위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들이 요구에 따르지 않자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런 쿠팡의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지난 2019년 7월과 202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에 나섰고, 이날 쿠팡의 위법행위를 인정했다.
쿠팡은 공정위의 판단을 정면 반박했다. 쿠팡 측은 "이번 사건은 재벌 대기업 제조업체가 쿠팡과 같은 신 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건이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 타 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을 해왔고,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쿠팡은 또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7~2018년 당시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에 불과했으며 전체 소매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해 대기업 제조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LG생건이 공정위에 신고한 총 7개 사항 중 LG 상품에 대한 부당한 반품 요청,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거래 거절, 타 거래처와 거래 금지 요구, 통상의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 공급요구 등 5개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쿠팡은 대기업 카르텔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1990년대 중반 대형할인점이 출범했을 때 일부 대기업 제조업체는 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판매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압박을 가해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이렇게 재벌과 대기업이 지배해왔던 유통 시장에서 쿠팡은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혁신을 시도했다"며 "앞으로도 소상공인의 성장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쿠팡에 반발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에서 여러 판례를 참고해 깊이 있게 이야기된 부분이다. 쿠팡이 1위 대기업에 가격 인상 등을 요구한 것 자체가 (우월적) 힘이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쿠팡이 아직 공정위가 의결서도 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소송 뜻을 밝혔다. 절차에 따라 분석한 뒤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