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방문객들이 QR코드, 안심콜 등 출입명부를 작성한 뒤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지난 2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심리 확산으로 명품 등 패션 매출이 늘어난 데다 집밥 트렌드 여파에 식품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런 호실적의 배경으로 사실상 무제한 입장이 가능토록 해준 정부의 느슨한 방역 조치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원제한·영업시간 단축 등의 여파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2분기 매출은 7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4969억원으로 15.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신규 출점 효과로 같은 기간 매출액이 5438억원으로 28.1%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0억원으로 40.9%, 신세계는 670억원으로 180.3%, 현대는 653억원으로 148.9%나 증가했다. 특히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백화점들이 코로나19 여파 속에도 선방한 것은 해외 명품이나 고가의 가전·가구 등의 매출이 지속해서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해외여행이 막히고 코로나19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고가품 소비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명 보복 소비가 터진 것이다.
대형마트 '빅2'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2분기 식품 매출이 15.7% 늘며 총매출액 3조8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마트는 점포 폐점 등의 여파로 매출이 4.8% 줄었으나 영업적자는 260억원으로 390억원 개선됐다.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이 줄며 식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일 개점한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찾은 시민들이 백화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지난 20일 롯데가 동탄점을 개점한 데 이어 신세계가 오는 28일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의 문을 여는 등 신규 출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인원제한·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장삿길이 막혀 '폐업 위기'에 몰린 자업업자·소상공인들과 대조적이다.
실제 지난 22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신청은 1만2128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신청 건수(5962건)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사업은 폐업 시 철거 비용 일부를 정부가 최대 2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신청이 가장 많은 업종은 음식·숙박업으로 전체 50.1%(6074건)로 나타났다. 이어 도·소매업(18%·2205건), 기타서비스업(9%·1188건)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상가 점포 수 역시 올해 2분기 222만개로 전년 동기(256만개) 대비 34만개(13.5%) 감소했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유지를 발표한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골목의 상점들이 거의 폐업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와 맞물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대한 '형평성' 문제마저 불거지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약 909평) 이상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QR코드 체크인, 수기명부 등 출입자명부 관리 체계만 갖췄을 뿐 인원 제한 규제는 받지 않는다.
반면 식당·커피숍·주점 등은 오후 6시 이전 4명까지, 오후 6시~10시까진 2명까지만 모임이 가능하다. 여기에 23일부터는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한 시간 더 단축된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A씨는 "훨씬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백화점 등에 대해서는 집합 제한 등의 조치가 전혀 없다"며 "오직 소상공인에 의해서만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처럼 보여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