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은 롯데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3.67로 가장 낮다.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뒤 후반기 14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 3점대 평균자책점에 진입했다. 지난해 구단 외국인 투수 개인 한 시즌 최다승(15승)을 올린 댄 스트레일리가 평균자책점 4.51,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앤더슨 프랑코는 4.41에 그치고 있다.
박세웅은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인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11회 기록했다. 스트레일리(10회)와 프랑코(8회)보다 많다. 비로 취소된 경기들 탓에 외국인 투수보다 등판 횟수도 적고,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5승(6패)에 그치고 있지만, 훨씬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박세웅은 2017년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당시 브룩스 레일리(13승 7패, 평균자책점 3.80)를 제치고 팀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부산 팬들은 그에게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최동원(1984년)과 염종석(1992년)의 향수를 박세웅에게서 느낀 것이다. 박세웅의 맹활약에 롯데는 2017년 모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1승 5패 평균자책점 9.92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2019년 6월 복귀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8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을 올렸다.
올 시즌 박세웅은 에이스로 돌아왔다. 특히 6월 이후에는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KBO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6월 4일 KT 위즈전에서는 올 시즌 국내 투수 첫 완봉승(9이닝 3피안타)도 기록했다. 롯데 국내 선수로는 무려 10년 만의 완봉승이었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올림픽에 다녀온 투수들 대부분이 부진하지만, 박세웅은 다르다. 지난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8이닝, 23일 사직 KT전에서 6이닝을 던져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위력을 되찾은 비결은 직구와 체력이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세웅의 올 시즌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5.2㎞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빠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직구 평균 시속은 143.3㎞→141.6㎞→143.5㎞→143.0㎞였다. 올해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서 박세웅의 직구 스피드는 KIA 타이거즈 이의리(평균 145.5㎞) 다음이다. 직구가 위력적이니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과거 박세웅은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졌다. 올 시즌은 정반대다. 그는 “예년에는 날이 더워지면 구속이 낮아졌다. 올해는 (불펜 피칭 때) 100~110m 롱토스를 꾸준히 한다. 덕분인지 구위가 유지되고 있다”며 “스피드가 나오니 피칭 결과가 좋다. 올림픽에서 차우찬(LG) 형이 선발 투수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실점을 줄이며)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일러줬다.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