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세가 무섭다. 굵직한 신차를 앞세워 올 상반기 한국GM·르노삼성 등을 제치고 내수 3위 자리를 꿰찼다. 경쟁 상대인 수입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도 가뿐히 따돌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0만대를 넘어 연간 20만대 판매도 무난할 전망이다.
7월까지 작년 판매 80% 달성
25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에서 총 7만371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7993대)보다 53.6%(2만5717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후진 기어를 넣었다.
기아는 24만6341대를 판매 전년 대비 1.7% 마이너스 성장했고, 현대차는 23만378대를 기록 12.5% 판매량이 줄었다.
후발주자들의 성적은 더욱 비참하다. 한국GM은 같은 기간 3만103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전년보다 19.8% 뒷걸음질 쳤다. 르노삼성(2만9161대), 쌍용차(2만7284대) 역시 각각 전년 대비 47.5%, 34.7% 판매량이 줄었다.
사실상 국내 완성차 가운데 제네시스만 유일하게 성장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3위 자리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최대 경쟁사인 벤츠(4만2248대)와 BMW(3만6263대)도 제쳤다.
하반기 시작도 좋다. 지난달 1만2659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성장했다.
이로써 올해 누적 판매량은 8만636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10만8384대)의 약 80%에 달하는 수치다. 연평균 판매량은 1만2000대다.
차종별로는 대형 럭셔리 세단 G80이 3만5594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이 2만6493대로 그 뒤를 이었다. 대형 SUV인 GV80 1만3706대, 스포츠 세단 G70 5053대, 플래그십 모델 G90 3814대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2015년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며 "특히 작년 1월 출시된 GV80에 이어 작년 말 GV70 등 SUV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판매량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로 라인업 강화
전망도 밝다. 신차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지난달 브랜드 첫 전기차 모델인 G80 전동화 모델이 가세했다. 내연기관 기반 G80의 파생모델이다. 87.2kWh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27km를 주행할 수 있다. 350kW급 초급속충전 시 22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최대 출력 136kW, 최대 토크 350Nm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를 전·후륜에 각각 적용해 합산 최대 출력 272kW, 합산 최대 토크 7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디스커넥터 구동 시스템(DAS) 등 첨단기술을 집약한 점도 특징이다.
시장 반응은 좋다. 누적 계약 대수 2000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7일 출시한 뒤 3주 만에 이뤄낸 성과로 올 상반기 8000만원 이상 고급 수입 전기차의 전체 판매량(1435대)을 넘어섰다.
여기에 연내 GV60이 출시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제네시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다.
제네시스가 지난 19일 공개한 내·외관 사진을 보면 제네시스 특유의 디자인 감성은 살리면서 전기차답게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적용돼 있다. 실내 공간에는 둥근 구형 변속기를 새로 탑재해 ‘미래 모빌리티’ 느낌을 한층 더했다.
차 크기는 투싼보다 작은 소형 SUV 급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쓴 만큼 실내공간 활용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탑재되는 기술과 차량 제원은 향후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이외 GV80의 연식변경 모델과 G90 완전변경 모델도 올 하반기 출시 대기 중이다. 이중 GV80 연식변경 모델은 상품성 개선과 함께 기존 5·7인승 외에 6인승 모델이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순항…목표치 20만대 넘길 듯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제네시스가 역대 판매량을 갱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제네시스의 연간 국내 판매량은 10만8384대로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월평균 판매량을 고려하면 1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수출 실적을 더하면, 제네시스가 연초 목표로 제시했던 '20만대 판매 고지'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3만552대를 수출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상반기에만 1만9298대를 판매, 지난해 판매량(1만6384대)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GV80의 공이 컸다. 올해 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사고로 안전성이 입증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판매량이 급증했다. 상반기 1만77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518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12.1% 증가했다.
여기에 제네시스는 올해 상반기 중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해외 판매처가 늘어난 만큼 향후 판매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올해 국내외 판매 목표로 20만대로 설정했는데 이는 매월 1만6666대를 팔아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며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순항하고 있어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