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잠실 롯데전의 LG 정우영. 사진=LG 트윈스LG 정우영(22)은 올림픽 휴식기 동안 한눈에 딱 알아볼 만큼 얼굴이 새까맣게 탔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털고자 맹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고 훈련한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정우영은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8회 초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투구 수는 고작 5개였다. 호세 피렐라-구자욱-강민호로 이어진 삼성의 강타선을 모두 땅볼 아웃 처리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정우영은 이를 악물고 땀을 쏟고, 공을 던졌다.
6월 16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24명이 확정됐다. 고졸 프로 3년차 정우영도 내심 기대하며 발표를 기다렸다. 하지만 최종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올 시즌 목표로 '홀드왕과 도쿄올림픽 태극마크'를 정해둔 정우영으로선 아쉬움이 컸다. 명단 발표 전날(15일)까지 홀드 2위(3승 2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42)였다. 사이드암 투수로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호에 최종 선택되진 않았다. 보직은 다르지만 당시 대표팀에는 고영표(KT) 최원준(두산) 한현희(키움)까지 소속팀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한 사이드암 투수가 셋이나 뽑혔다.
정우영은 "올해 욕심이 엄청 많았다"며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이어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프로 입단 후 비시즌에 가장 몸을 잘 만들었다. 그런데 대표팀에 뽑히지 않아 실망감이 매우 컸다. 망연자실했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전후로 흔들렸다. 5월까지는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다. 그런데 6월 4일 KIA전, 6월 12일 두산전에서 ⅓이닝 동안 각각 2점씩 내줬다. 또한 명단 탈락 직후인 6월16일부터 6월 26일까지 5경기에서 총 4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8개, 3점(평균자책점이 6.75)을 내주며 흔들렸다.
정우영은 올림픽 휴식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리그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휴식기는 예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찾아왔다. 정우영은 "집과 야구장만 왔다 갔다 했다. 밖에 돌아다니기 위험하니, 거의 운동만 했다. 집에서 야구 동영상을 본 것이 휴식의 전부였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고척돔에서 훈련할 때, 정우영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7월의 잠실구장에서 훈련했다. 흔한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았다. 그래서 얼굴과 팔은 온통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운동할 때 땀 나는 것도 신경 안 쓰이더라"며 "이미 피부가 까맣게 타 버렸다. 더워도 그냥 참고 훈련했다"고 씩 웃었다.
LG 정우영. 사진=LG 트윈스대표팀 탈락의 아쉬움은 반전의 계기가 됐다. 정우영은 "한 마디로 올 시즌 꾸역꾸역 막았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과 달리 올 시즌 성적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라며 떠올렸다. 이어 "오히려 과부하가 걸린 듯 했다. 올림픽 휴식기 때 후반기에 어떻게 투구할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후반기 6차례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0.00를 기록하고 있다. 총 6⅔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1개. 6월 시작과 함께 3점대로 치솟은 평균자책점을 후반기에 다시 2점대(2.89)로 낮췄다. 그는 "올림픽 명단에서 떨어진 뒤 상심이 컸지만 이후에 마음을 잘 추슬렀다"며 "새까맣게 된 피부색은 신경 안 쓰고 야구만 잘하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정우영은 매년 성장했다. 2019년 LG 2차 2라운드 15순위 입단해 4승 6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LG 선수로는 1997년 이병규 이후 무려 22년 만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이듬해엔 4승 4패 20홀드 평균자책점 3.12로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올 시즌엔 홀드왕 경쟁 중이다. 시즌 전부터 정해 놓은 목표였다. 정우영은 26일 현재 17홀드를 기록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공동 1위 삼성 우규민·KIA 장현식(이상 18홀드)과는 불과 홀드 1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