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온종일 말 소변만 받는 직업'이 등장했다. 휘파람 소리로 말의 소변을 유도해 시청자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이 직업은 진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이름도 생소한 직업인 ’시료채취사‘는 금지약물 검사인 도핑테스트를 위해 경주마의 소변샘플을 채취하는 직업이다.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 소속인 시료채취사는 하루 평균 약 17두의 경주마 소변 샘플을 채취한다. 경주에서 1~3위를 차지한 경주마들은 경주 직후 의무적으로 도핑검사소로 이동해 시료 채취에 응해야 한다.
도핑검사소는 경주 전과 후 채취한 소변과 혈액 샘플을 통해 700여 종의 금지약물을 검사한다. 검출된 약물의 종류와 고의성, 검출 횟수에 따라 경주마 관계자는 과태료부터 면허취소, 형사처벌까지 처분이 이어질 수 있다. 경주마 이외에도 승용마, 소(청도소싸움)도 도핑검사소의 검사 대상이다.
‘도핑(Dopping)’의 어원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흥분제로 사용한 술인 ‘돕(dop)’에서 비롯된다. 도핑은 흥분제를 포함한 각종 약물을 통해 신체 능력을 부당하게 향상하는 행위를 뜻한다. 흔히 도핑이라고 하면 올림픽 등 대회에 출전하는 운동선수의 약물검사를 떠올린다.
올림픽에서의 도핑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도핑에 대한 제제가 없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사용됐다. 하지만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한 선수가 흥분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며 문제가 야기됐고 1968년부터 올림픽 도핑검사가 시작됐다.
경주마 도핑의 역사는 운동선수의 도핑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말의 능력 향상을 위해 인육을 먹였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로마시대에는 ‘경주마에게 벌꿀주를 먹인 사람은 십자가형에 처한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1900년대 초까지는 경주마에게 마약을 암암리에 투여했다고 전해진다. 경주 결과에 다분한 영향을 주었던 경주마 마약투여는 공정성 문제로 불거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11년 최초의 경주마 도핑검사가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됐다. 이는 올림픽 도핑검사보다 57년이나 앞선다.
한국도 1976년 경주마 도핑검사를 시작했다. 한국마사회는 1997년 국제경마화학자협회(AORC) 주관 국제숙련도시험에 합격한 이후 올해까지 25년 연속 합격하며 도핑검사 기술의 공신력을 증명해오고 있다.
연간 1만건 이상의 국내 경주마 약물검사를 수행하는 한국마사회 도핑검사소는 2015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20년까지 마카오 경마장의 도핑검사도 대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