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뜨거웠던 부산의 가을, 롯데가 다시 한번 그때의 짜릿한 기억을 떠올린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꼴찌였던 거인 군단이 8월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롯데는 'Again 2017'에 도전한다.
롯데는 9일까지 후반기 13승 8패 2무를 기록했다. 이 기간 승률이 0.619로 10개 팀 중 가장 높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팀과 승차는 5경기까지 좁혔다. 롯데는 아직 44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롯데는 전반기를 5위 NC에 7게임 뒤진 채 마쳤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멀게만 보이던 가을 야구의 꿈이 점차 부풀어가고 있다.
4년 전, 롯데는 후반기 대역전 드라마를 쓴 적이 있다. 2017년 전반기 41승 44패 1무(7위)를 기록해 승률이 5할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롯데는 강해졌다. 후반기 39승 18패 1무를 기록했다. 두산(0.700)에 이어 후반기 승률 2위(0.684)를 차지하며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롯데는 이때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1승 3패로 져 5년 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당시의 부산 야구 열기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올 시즌도 후반기 페이스가 비슷하다. 롯데의 전반기 승률은 0.421(8위, 32승 33패 1무)에 그쳤다. 그나마도 사령탑 교체 후 반전한 것이다. 개막 초반 5할 승률 언저리를 맴돌던 롯데는 5월 2일 시즌 처음 꼴찌로 추락했다. 그리고 5월 11일 결단을 내렸다.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퓨처스 지휘봉을 잡고 있던 래리 서튼 감독에게 1군 사령탑을 맡겼다. 롯데는 지난 8일 대구 삼성전 5-4로 승리, 서튼 감독 부임 후 처음 5할 승률(33승 33패 3무)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의 올 시즌 후반기 상승세는 마운드 덕분이다. 타격 부문에선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타율, 장타율, 출루율 등 대부분 기록이 떨어졌다. 마운드는 사정이 다르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5.63으로 꼴찌였으나 후반기엔 3.95(3위)로 좋아졌다. 4년 전에도 전반기(4.98, 6위)보다 후반기(3.93, 2위)에 훨씬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선발진은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이끈다. 2017년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낸 박세웅은 올해 여름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6월 이후 10경기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에는 4전 전승, 평균자책점은 0.96으로 이 기간 1위에 올라 있다.
롯데 뒷문은 김원중이 든든하게 지킨다. 후반기에만 벌써 10세이브를 올렸다. 11경기에서 총 11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셋업맨' 최준용이 허리진을 탄탄하게 받친다.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신인 김진욱과 트레이드로 NC에서 데려온 강윤구가 롯데 좌완 불펜 기근을 해소했다. 지난해 20홀드를 올린 구승민도 구위를 회복한 모습이다.
전반기 팀 타율 1위(0.279)를 자랑한 막강 타선은 후반기(0.249) 들어 다소 잠잠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점수는 뽑아낸다.
지난 7~8일 대구 삼성전이 잘 보여준다. 선발 맞대결에서 이승헌-김진욱이 나서 데이비드 뷰캐넌과 원태인이 나선 삼성에 밀렸으나 두 경기 모두 이겼다. 7일 2-2로 맞선 6회 1사 1루에서 안치홍의 결승 1타점 2루타가 터졌고, 김재유가 4-2로 달아나는 추가 적시타를 쳤다. 8일 경기에선 3-2로 앞서다가 3-4로 뒤집어지자 7회 안중열이 동점 홈런을 뽑았다. 이어 8회에는 전준우가 11구 승부 끝에 귀중한 결승 1타점 희생 플라이를 쳤다.
롯데는 2017년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던 선수들이 여전히 라인업에 포진하고 있다. 이대호를 비롯해 손아섭, 전준우, 정훈이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이다. 여기에 서튼 감독은 신예 선수를 적극 기용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베테랑의 경험과 신예의 활력이 어우러져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돌게 한다. 롯데가 서튼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기대한 팀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모두 성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업다운이 다소 심한 롯데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려면 외국인 투수가 살아나야 한다.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스 프랑코는 4점대 후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다. 또 타격이 좀 더 뒷받침된다면 상승 곡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5강 경쟁팀과의 맞대결도 중요하다. 롯데는 10일 SSG, 11~12일 키움과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