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투자자들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1주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우량주를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에 대한 소수 단위 매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내달부터 서비스 제공을 희망하는 증권사의 신청을 받아 관련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소수 단위 매매는 '주식 수'가 아니라 '금액' 단위로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몇 천원으로 1주당 130만원이 넘는 LG생활건강 주식을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해외 주식의 소수 단위 거래는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이 시장에 내놨다. 두 증권사를 통해 거래된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10억2000만달러(약 1조1700억원)다.
금융위는 국내에서 소수 단위 주식 거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일정 기간 해당 서비스를 먼저 운영하면서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소수점 매매를 위해서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합산, 부족분은 증권사가 스스로 메우는 방식으로 온주(온전한 주식 1주)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주식은 상법상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증권거래와 예탁결제 인프라 간 불일치 때문에 소수 단위 거래가 불가능했다.
이에 당국은 주식 권리 분할이 용이한 신탁제도(수익증권발행신탁)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소수 단위 주식 주문을 취합해 온주를 만들어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하고, 예탁결제원은 이 주식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는 수익증권을 취득할 수 있다.
투자자는 수익증권 보유자로서 주식 배당금을 받을 수 있지만, 소수지분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예탁결제원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해외 주식의 경우 투자자의 소수 단위 지분을 증권사 계좌부에 직접 기재하고, 예탁결제원은 이 소수 단위 주식 총량을 전용계좌에 별도로 관리한다.
당국은 이런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자본시장법령 개정을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주식의 소수단위 주식 매매는 올해 신청을 받아 서비스 제공 증권사를 더 늘릴 계획이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