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더블헤더 1·2차전에서 전부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에서는 7-5로 앞선 6회 초 1사 1루에서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8-5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열린 2차전에서는 4-4로 맞선 6회 초 2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또 8-5 승리를 이끌었다. 더블헤더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된 것은 KBO리그 사상 6번째 기록이다. 이영하는 "하루에 2경기를 나가는 게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지금은 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프로 5년 차인 이영하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달까지 선발로 뛰었는데 10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11.17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개막부터 줄곧 부진했다. 지난 4월 말 2군에 내려가 재정비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한 달이나 쉬고 나온 후반기에도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를 믿고 계속 기용했지만, 지난달 28일 롯데전에서 1⅔이닝 동안 3실점으로 또 무너지자 과감히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렇다고 이영하는 마냥 2군에 둘 수는 없었다. 마침 불펜에서 홍건희, 김강률 등을 제외하곤 믿음직스러운 투수가 없었다. 김 감독은 "이영하는 지금 변화구 제구가 안 되고 있으나 공에 힘이 있어서 1, 2이닝을 던지는 중간 계투진에선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하는 지난 8일 1군에 올라왔다. 하루 지난 9일 창원 NC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불펜으로 나왔다. 6-1로 앞선 8회 말 마운드에 올라와 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선두타자 김태군은 시속 149㎞에 달하는 직구로 중견수 뜬공 아웃시켰지만, 박준영에게 볼넷, 김주원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영하의 직구는 통할 거라고 믿었고, 12일 LG와 2경기에 전부 투입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선 6회 초 1사 주자 1루에서 채은성에게 볼넷을 줬지만, 이재원을 우익수 뜬공,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6회 초 2사 3루에서 홍창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모두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가 결정구였다.
이영하는 "선발에서 성적이 안 좋아서 쫓기는 기분이었다. 긴 이닝 동안 던져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감독님이 불펜에서 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여기서는 1, 2이닝 정도만 던지니 더 낫다"고 말했다.
이영하가 호투하면서 두산은 지난 5일 삼성전부터 12일 LG전까지 7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했다. 공동 5위인 NC와 SSG를 0.5경기 차로 뒤쫓게 됐다. 두산은 유난히 가을에 강했다. 가을에 각성하는 선수들이 한두 명씩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 두산을 이끄는 선봉장에는 불펜으로 간 이영하가 있다. 이영하는 "몇 이닝이든 다 맡겠다. 올해 잘못이 큰데 다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