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는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3일까지 2위 삼성 라이온즈와 5.5경기 차.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그 일등공신으로 "팀 KT"를 꼽았다. 특정 선수 몇 명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단 전체가 조화를 이뤄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 결과라는 의미다. 이 감독은 "선수 한두 명이 이끌어가는 팀은 1위가 될 수 없다. 한쪽이 잘 안됐을 때, 다른 한쪽에서 도와주는 게 '팀 KT'의 진면목"이라고 자부했다.
특히 막강한 백업 선수들은 KT의 돌풍을 뒷받침하는 '숨은 영웅'이다. 대주자로 활약하는 외야수 송민섭(30)이 대표적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적도 없고 타율은 3할에 한참 못 미치지만, 그 누구보다 팀에 필요한 존재다.
송민섭은 KT의 출발을 함께한 멤버다. 2014년 창단 첫 입단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로 들어왔고, 그때 뽑힌 선수 중 유일하게 생존했다. 빠른 발과 탄탄한 수비가 강점이다. 추가 득점이 꼭 필요하거나 리드를 지켜내야 하는 경기 후반이면 어김없이 송민섭이 대주자나 대수비로 출격한다.
타석 수는 적지만, 2019년 105경기, 지난해 114경기에 각각 나서면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올해 역시 지난 23일 수원 한화전에서 시즌 100경기를 채웠는데, 2-0으로 앞선 7회 말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2루 도루와 쐐기 득점을 차례로 해냈다.
송민섭이 올 시즌 기록한 37득점은 데뷔 후 개인 최다 기록. 팀 내에서 송민섭보다 득점이 많은 6명은 모두 규정타석을 채운 주전 타자들이다. 또 도루는 12개로 배정대(15개), 심우준(14개)에 이어 팀 내 3위다. 송민섭은 중요한 순간 이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대주자다. 내야수 신본기와 포수 허도환 등도 백업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둘 다 수비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2군에 내려간 대졸 신인 내야수 권동진 역시 72경기에 출전하면서 미래를 밝혔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KT 역사상 첫 100세이브 고지를 밟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홀드 1위에 올라 있는 셋업맨 주권 등 불펜 필승조 외에도 많은 투수가 각자의 몫을 잘 해내고 있다. 특히 김민수는 23일까지 51경기를 소화해 주권(52경기), 김재윤(51경기)과 팀 내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다투고 있다.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갔는데도 평균자책점이 2.68로 준수하고, 벌써 11홀드를 수확했다. 시즌 초부터 6월 초까지 자주 마운드에 오른 베테랑 안영명도 KT 전력에 큰 보탬이 된 투수다. 후반기에 등판한 4경기(2와 3분의 2이닝)에선 아직 피안타와 실점이 없다.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던 심재민은 지난 6월 1군에 합류한 뒤 롱 릴리프로 제 몫을 했다.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자주 마운드에 올라 궂은 일을 도맡아 한 '마당쇠'다. 심재민이 지난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자 이 감독은 "우리는 선발이 1회부터 바뀌어도 막을 수 있는 팀"이라며 흡족해했다.
각자의 역할에 꼭 맞는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팀. 올해의 KT가 그렇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언성 히어로(Unsung Hero)'들은 선두 KT의 한결같은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