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24·당진시청·세계 82위)가 생애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권순우는 26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결승전에서 제임스 더크워스(29·호주·65위)를 세트 스코어 2-0(7-6, 6-3)으로 이겼다. 2015년 프로에 데뷔한 권순우는 6년 만에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또한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이형택(45·은퇴) 이후 18년 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 챔피언에 오른 한국인이 됐다.
1세트부터 팽팽했다. 각자 서브게임을 지켜 게임 스코어 6-6으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여기서도 6-6으로 접전이었는데 권순우가 연달아 2점을 얻어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선 첫 서브게임을 내줬지만, 곧바로 더크워스의 서브게임을 가져왔다. 승부처는 더크워스의 서브게임이었던 6번째 게임이었다. 40-40 듀스에서 권순우가 두 번의 공격포인트를 따내면서 게임 스코어가 4-2로 벌어졌다.
우승 상금은 4만 7080달러(5500만원)로 크지 않지만, 권순우는 랭킹 포인트 250점을 받는다. 총 1149점으로 개인 최고 랭킹인 세계 57위에 오른다. 아시아 랭킹 1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아시아 1위는 니시코리 게이(32·일본·54위)다.
경북 김천 모암초 4학년 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입문이 늦은 데다 키도 1m50㎝에 부과했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어도 권순우는 기죽지 않았다. 정현(25) 등 또래 선수들이 승승장구할 때 그는 기본기를 다졌다. 키도 쑥쑥 커서 1m80㎝가 됐다. 2017년에는 태극마크도 달았다. 당시 300위대였던 권순우는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단식에 나가 랭킹 80위대였던 데니스 이스토민과 접전을 펼쳤다. 비록 1-3으로 졌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에 뛰어든 권순우는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 대신 투어 대회에 나가 직접 부딪혔다. 예선 경기를 치러 본선에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끈질기게 투어 대회를 두드렸고, 지난 2019년 100위 안에 들면서 투어 무대를 밟았다. 코로나19로 투어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지난해에도 4주 연속 투어 대회 8강에 진출하면서 세계 69위까지 올랐다. 올해는 프랑스오픈 32강에 오르면서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작성하기도 했다.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 스피도 올해는 최고 시속 200㎞를 기록할 만큼 좋아졌다. 남들보다 느렸지만, 누구보다 우직하게 전진한 권순우는 마침내 투어 우승까지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