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이 특별한 선수가 V리그에 입성했다. 배구공을 잡은 지 3년 만에 프로팀에 입단한 고졸 신인 김민재(18·인하사대부고) 얘기다.
김민재는 지난 28일 열린 2021~22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전체 8순위)로 대한항공의 선택을 받았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41명 중 가장 어린 선수가 대학 재학생, 예비 졸업생을 제치고 비교적 상위 순번에 지명된 것. 전체 1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된 홍동선(인하대)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지션은 센터다. 신체 조건(키 195.4㎝·몸무게 85.5㎏)과 운동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베테랑 센터 한상길을 삼성화재로 트레이드했다. 주전 진상헌의 백업 요원이 필요했고, 포지션 뎁스(선수층) 강화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드래프트에서는 즉시 전력감과 미래 자원을 두루 뽑는다. 김민재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김민재는 자신을 소개하며 "다른 선수보다 구력이 짧다"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인천 부평동중) 3학년 때까지 스포츠클럽 활동만 했고, 체육 교사의 권유로 인하사대부고에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배구를 시작했다.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 대부분 초등학교 때 입문했다. 배구도 여느 종목처럼 기본기가 중요하다. 김민재처럼 단기간에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자질을 인정받는 사례는 드물다.
김민재는 부족한 경험을 인정하면서도 "키가 크고, 더 높이 점프할 자신도 있다. 프로팀은 더 체계적으로 몸 관리와 기술 향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 진학 대신 드래프트에 도전했다"라며 당찬 각오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고졸 선수를 지명한 뒤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2013~14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6순위)에 정지석을 지명했고, 2017~18시즌을 앞두고는 1라운드(6순위)에서 임동혁을 뽑았다. 정지석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만 2번 차지했다. 임동혁도 주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김민재는 "대한항공은 꼭 입단하고 싶은 팀이었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현재 리그 최고의 세터인 한선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는 "현역 최고 세터인 한선수 선배팀의 토스를 받을 생각에 너무 설렌다. 빨리 팀에 합류해 운동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