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는 지난 1일 광주 키움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9월 25일 SSG전에서도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10이닝 연속 무실점하며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2경기만으로 선수의 기량을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투구 내용은 일단 합격점이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와 제구력 모두 좋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2㎞까지 찍혔다. 포수 마스크 높이에 뿌리는 하이 패스트볼은 수차례 헛스윙을 유도했다.
주무기 슬라이더의 제구력도 뛰어나다. 1일 키움전에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아웃카운트 8개를 잡아냈다. 스트라이크존 공략뿐 아니라 헛스윙을 유도하는 낮은 코스 제구력도 좋았다. 2회 초 2사 뒤 상대한 키움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과의 승부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을 먼저 보여준 뒤 슬라이더를 가운데 꽂아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완급 조절도 할 줄 아는 투수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SSG전에서는 여러 구종을 점검했다면, 키움전에서는 한층 편안하게 던지는 느낌이었다.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라며 다카하시의 투구를 평가했다. 체인지업과 커브 구사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종종 보여주며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에 활용하고 있다. 두 구종의 제구력까지 보완하면, 다카하시는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KIA는 지난 8월, 에이스였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를 퇴단 조치했다. 그가 전자 상거래를 통해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후 대체 투수 영입을 두고 고민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8월 15일 이후 계약한 외국인 선수는 당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없다'는 KBO리그 규약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9월 진입을 앞두고 다카하시를 영입했다. 2022시즌까지 내다본 선택이다. 다카하시는 메이저리그(MLB) 등판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7년 동안 뛰었다. 나이에 비해 경험이 많고, 잠재력도 있다. 조계현 KIA 단장은 "다카하시는 아직 젊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투수"라며 "후반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긴 시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다카하시는 1일 키움전 등판 뒤 "한국 무대에서 뛰는 경험은 한 사람과 선수로서 발전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배울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한국어를 배워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속내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