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이 내년부터 셰브런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꾼다. 2022년 대회는 이전처럼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열리지만, 2023년에는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겨 개최된다. 장소가 바뀐다는 건 우승자가 호수(포피의 호수)로 뛰어드는 이 대회 전통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대회가 열리는 날짜도 바뀔 전망이다.
LPGA투어는 6일(한국시간) “LPGA가 ANA를 대신할 새로운 스폰서로 셰브런을 영입,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대회 상금은 31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60% 이상 늘어난다. 골프 전문 채널에서 방송됐던 ANA 인스퍼레이션은 셰브런 챔피언십으로 변경돼, 미국 지상파(NBC)를 통해 중계된다.
ANA 인스퍼레이션은 남자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직전 주(3월 말)에 열려 왔다. 이 때문에 ‘여자 마스터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캐디복을 마스터스와 똑같이 하는 등 이 대회는 마스터스를 닮으려고 했다. 그러나 2019년 오거스타 내셔널이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 기간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개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일부 선수들이 ANA에 불참하고, 마스터스 여자 대회에 나갔다.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도 옮겨졌다. 그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는 NBC를 통해 119만 명이 시청했다. 같은 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라운드 시청자는 19만4000명에 불과했다.
LPGA 투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결국 새 스폰서를 영입하면서 대회 장소와 일정을 바꿨다. 일정 변경이 쉬운 건 아니다. 일정을 당기면 기아 클래식 등 LPGA 투어 대회들의 스케줄도 옮겨야 한다. 남자 대회인 WGC 대회도 피해야 한다. 사막 지역이라 뒤로 미루면 너무 덥다.
ANA 인스퍼레이션은 한국 선수들과 사연도 많다. ‘호수의 여인’이 된 한국 선수는 박지은(2004), 유선영(2012), 박인비(2013), 유소연(2017), 고진영(2019), 이미림(2020) 등 6명이나 된다.
박세리는 ANA에서 우승을 못 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김인경은 2012년 대회에서 30㎝ 정도의 짧은 우승 퍼트를 넣지 못해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박인비 측은 “US오픈도 큰 대회지만 포피의 호수에 뛰어드는 전통 때문에 ANA가 가장 인상적인 대회였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1972년 콜게이트-다이나 쇼어 위너스 서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등으로 이름을 여러 차례 바꾼 이 대회는 2021년 50번째로 열렸다. 현재로서는 2022년 우승자가 포피의 호수로 점프하는 마지막 선수가 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IMG는 “우승자가 호수에 뛰어드는 전통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