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없다는 지적에도 애플 '아이폰13' 시리즈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전작 못지않은 흥행이 예상되면서 국내 점유율 절반 이상을 꾸준히 가져갔던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태롭다.
11일 이동통신 3사는 지난 8일부터 아이폰13 시리즈를 공식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이 이달 1일 T다이렉트샵에서 진행한 사전예약에서 아이폰13 시리즈는 1차 예약 물량이 9분 만에 완판됐다. 2차 예약 때도 일부 인기모델은 5분 만에 동났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아이폰13 프로로,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아이폰13 프로·아이폰13 프로맥스는 시에라블루 색상이, 아이폰13·아이폰13 미니는 핑크와 스타라이트 색상이 선호도가 높았다.
KT는 KT샵에서 선착순 1000명을 대상으로 1시간 내 배송을 보장하는 '미드나잇배송' 신청을 받았는데 시작 30분 만에 마감했다.
이처럼 큰 디자인·사양 변화가 없는데도 충성고객들이 몰리면서 올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매해 4분기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 일정과 겹쳐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가장 크게 떨어지는 기간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아이폰13의 성적에 따라 50%의 벽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4분기와 2020년 4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57%, 58%다. 신제품 효과로 60~70%를 기록하는 1~3분기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LG전자의 빈자리도 변수다. 우리나라에서 10%대의 점유율을 가져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함께 애플 스마트폰의 판매 채널을 자처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LG베스트샵을 수소문해 원하는 색상의 제품을 확보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다.
애플이 앞서 출시한 첫 5G 라인업인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 7개월 만에 1억대가 팔려나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배터리 등 일부 사용성을 개선한 아이폰13도 이에 근접한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올 상반기 한국갤럽 조사에서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중 삼성전자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답한 비중이 54%로 애플(2%)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을 보면 점유율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기존 회사 제품을 고수하겠다는 이용자도 있어 LG전자의 점유율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선보인 플래그십 '갤럭시S21' 시리즈의 부진을 털고 폼팩터(구성·형태) 경쟁을 가속한다. 지난달까지 200만대가량 판매한 '갤럭시Z 플립3' '갤럭시Z 폴드3'를 앞세워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 초기에는 경쟁 제품으로 볼 수 있는 노트 시리즈의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폴더블 시리즈는 아이폰 대비 명확한 폼팩터 차별화 요소가 있어 이러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폴더블 모델의 판매량이 장기간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삼성전자가 그동안 잦은 신제품 출시로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