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가 '옥에 티' 내비게이션 손질에 나섰다. 굴지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손잡고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공동 개발해 탑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새로운 기능을 선보여 수입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의 구매력을 끌어당긴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했다.
신형 XC60과 S90, V90CC 등에 장착된 이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T맵'과 AI 플랫폼 '누구',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를 통합한 형태로 개인 맞춤화된 혁신적인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전에 집중하면서 '아리아'를 호출하는 것만으로 실내 및 시트 온도 조절, 목적지 설정, 음악 및 추천 플레이리스트 재생, 메시지 전송, 생활 정보 탐색 등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누구 스마트홈 이용자라면 조명이나 에어컨, 로봇청소기 같은 스마트 가전들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만 현지화된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한다"며 "나머지 국가에서는 글로벌 표준화된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LG전자와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피비 프로'를 올해 출시되는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피비 프로는 탁월한 연결성이 강점이다. 기존 시스템은 한 번에 한 가지 작업만 가능했지만 피비 프로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동안에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거나 동승자가 뒷좌석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로 콘텐트를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듯한 직관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와 빠른 반응속도도 특징이다.
차량에 탑재된 기능 90%를 터치 두 번만으로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 운전자는 원하는 기능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두 가지를 동시에 등록해 쓸 수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피비 프로는 LG전자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한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됐으며 지속해서 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준 높은 한국 고객만을 위해 신차 순정 내비게이션에 SK텔레콤의 T맵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BMW코리아는 지난해 말 SK텔레콤과의 내비게이션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시장에 맞는 커넥티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가져와 국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넓히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BMW그룹이 국내에 내놓은 차량 내비게이션은 3D 데이터와 경로 안내 등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과 비교했을 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수입차 일부 브랜드가 국내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내비게이션을 선보이면서, BMW 그룹 자체도 국내 사정에 잘 맞는 내비게이션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몇 차례 있었다.
BMW그룹은 이를 반영해 SK텔레콤과의 내비게이션 계약 체결을 이뤄냈다.
기초적인 계획은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티맵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가져와 순정 내비게이션과 연동시키는 것이다. T맵 데이터와 연동되면 실시간 도로 교통상황도 알 수 있어 정확한 경로 안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현재 KT와 커넥티드 서비스 확대를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벤츠코리아는 지난 2017년 KT와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연동 커넥티드 서비스인 인 '메르세데스 미 커텍스'를 선보였다.
올 초에는 멤버십 할인 등의 서비스를 담은 '메르세데스 미 케어' 서비스를 KT와 함께 선보이며 연을 이어오고 있다.
벤츠는 이 외에도 SK텔레콤과 5G,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공동 사업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내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의 특화 전략에 나서는 배경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그만큼 부각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수입차 판매량은 21만4668대로 작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는 작년 27만4859대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올해 경신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지화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던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ICT기업과 손잡고 편의 기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며 "수백억 원을 투자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면서 한국 시장 공략의 킬링 포인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