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은은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세터다. 다른 팀 사령탑도 주로 세터에게 지시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김 감독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때로는 질책도 섞는다. 김종민 감독은 이고은이 도로공사의 시즌 성패를 좌우할 키플레이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로공사는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국내 최고 공격수 박정아를 보유하고 있고, 센터 정대영이나 리베로 임명옥처럼 백전노장들이 건재하다. 개막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팀 사령탑들의 경계를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개막 2연패를 당했다. 20일 현대건설전, 23일 KGC인삼공사전 모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시즌 전부터 준비한 '스피드 배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고은이 낮고 빠른 토스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볼 배급과 경기 운영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고은은 26일 IBK기업은행전에서 반걸음 전진했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도로공사의 세트 스코어 3-1(25-22, 25-10, 20-25, 25-17) 승리를 이끌었다. 도로공사의 시즌 첫 승.
현대건설전 33.74%, 인삼공사전 34.88%에 그쳤던 팀 공격 성공률이 기업은행전에서는 44.03%까지 상승했다. 인삼공사전에서는 속공과 이동 공격 득점 합계가 2점뿐이었지만, 기업은행전에서는 6점(3점씩)으로 올랐다. 센터진과의 호흡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토스 높이는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진 덕분에 상대 블로커보다 빠른 타이밍에 공격이 이뤄질 수 있었다. 김종민 감독도 "(이)고은이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안도했다.
도로공사는 더 강한 전력을 보여줄 수 팀이다. 에이스 박정아는 하이볼처럼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토스도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외국인 선수 켈시도 리그 정상급 운동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이고은이 주도하는 스피드 배구까지 실현된다면 득점 루트는 더 다양해진다.
김종민 감독은 이고은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라고 믿는다. 패전 뒤 자책하는 선수가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강한 멘털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오는 29일 홈(김천 체육관)에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을 상대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앞서 치른 2경기에서 투지 있는 수비를 보여줬다.
이고은은 기업은행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토스 리듬과 정확성, 경기 운영을 운영하는 '자기 확신'이 나아질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